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향후 외국인 자금 동향에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3∼14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년만에 금리인상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금리 정책에 따른 외국인 동선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탈이 나타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과 함께 주가 하락·채권 약세가 동반된다.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금리인상 때에도 한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3조690억원이 순매도로 나타났고 채권시장에서도 7840억원이 빠져나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에는 지난 연말처럼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낙관을 펼치면서도 향후 미국 금리 정책에 따른 환율의 향배를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금리가 9년반만에 처음 인상돼 시장에서 큰 변곡점이 됐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지는 인상이기 때문에 전년 대비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하반기 들어서부터 한국물에 대한 비중을 줄이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대비를 해온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6개월만에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1조19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채권시장에서도 1조7980억원을 순매도해 월말 기준으로는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보유비중이 90조원 미만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2년 11월 이후 4년만에 외국인 채권 보유고 90조원선이 깨진 것이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식시장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다. 지난 8월 미국 연준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자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 이후 지난달말까지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채권시장에서만 지난 4개월간 7조25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이달들어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모두 외국인의 약한 순매수 동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그동안 강도높은 매도에 따른 되돌림 현상정도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9일까지 누적기준 201억원의 외국인 순매수를 나타냈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보유고가 9일 기준 90조3000억원까지 회복된 상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지난 9일까지 철강금속(8808억원)·금융업(3917억원)·전기전자(2721억원) 등 금리인상기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 위주로 매수세를 이어왔다.
하나금융투자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이기는 하지만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면 악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채권시장에도 이미 이런 점이 반영돼있어 환율이 안정되면 내년초쯤에는 다시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한달새 미국 달러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값이 크게 하락했지만 원화가 내년 다시 달러당 1100원대 강세를 보이게 되면 환율에 민감한 외국인 채권투자자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NH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자금이 지난달까지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최근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내년 상반기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전후까지는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이때까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자금 유입 강도는 약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예경 기자 /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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