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정부군과의 격전 끝에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9개월 만에 다시 장악했다.
AP, 타스통신은 11일(현지시간) 팔미라를 점령하고 있던 시리아 정부군이 IS의 공세에 이기지 못하고 퇴각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팔미라가 위치한 홈스 지방의 탈랄 알 바라지 주지사는 이날 오후 정부군 병력을 팔미라에서 철수시키고 도시 외곽의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각 직전에 전체 주민 중 약 80%를 대피시켰다”며 남아 있는 주민들이 IS가 정부군을 공격하기 위한 ‘인간방패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IS는 전날 팔미라에 재진입해 도시 북서부 지역을 장악한 뒤 도시 중심부까지 진출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한때 러시아 공군이 정부군 지원에 나서면서 전세가 역전됐으나 결국 병력을 재정비한 IS가 재진입해 정부군을 완전히 쫓아냈다.
IS가 이 지역을 장악한 것은 지난 3월 정부군의 공격을 받고 퇴각한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IS의 팔미라 탈환은 이 지역에서 퇴각을 거듭해온 IS가 전세를 뒤집은 것이다. IS는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 연합군이 지난달부터 알레포 동부 반군 지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는 사이 꾸준히 팔미라에 진격해 탈환에 성공했다. 시리아-러시아 연합군은 최근 알레포 지역에 총 4만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군을 밀어내고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군이 알레포에 집중하는 사이 IS가 틈새를 비집고 팔미라를 탈환한 셈이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팔미라는 시리아 동부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고대 유적지가 많은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IS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이 지역을 점령한 뒤 우상 숭배를 금한다는 이유로 유적지를 파괴하고 고고학자를 살해했다. 시리아는 이 지역을 탈환하자마자 유물 보호를 위해 팔미라 박물관의 소장품 대부분을 시리아 서부 도시 다마스쿠스로 옮겼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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