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리 0.5%P 오르면 보험사 채권손실 10조…금융주 채권손실 비상
입력 2016-12-11 18:38  | 수정 2016-12-11 19:50
국내 채권 금리가 앞으로 50bp(0.5%포인트) 오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채권평가손실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채권금리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7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금리까지 덩달아 급등할 경우 국내 금융사들의 보유 채권 가치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산건전성 악화란 암초에 직면한 보험·증권사가 줄줄이 자본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보유한 매도 가능 채권은 310조원으로 시장금리가 50bp 상승할 경우 약 10조원의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평가손실은 당장 손익에 반영되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자기자본을 감소시켜 보험사들의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보험사들의 운용 수익률을 올려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최고 8%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RBC는 보험사가 대내외적 리스크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가용자본/요구자본)를 말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RBC를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커지면 보험사가 당장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 RBC가 떨어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저금리에 일부 보험사가 원가 평가하는 만기 보유 증권을 시가 평가하는 매도 가능 채권으로 재분류해 채권평가이익을 올렸다"며 "보유 채권 중에 매도 가능 채권 비율이 높은 보험사들은 앞으로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채권평가손실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도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이 실적을 떨어뜨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국고채 3년물 기준 시장금리가 현재 1.7% 수준에서 2.2%로 0.5%포인트 상승할 시 7000억원의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분기 증권사가 벌어들인 전체 당기순이익 5700억원을 전부 까먹을 수 있는 규모의 손실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 듀레이션 0.5년을 가정했을 때 최근의 금리 상승(30~40bp)에 따른 산술적 채권평가손실 규모가 이미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증시 침체로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주식 위탁매매수수료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은 증권사 실적에 직접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단기 투자사인 증권사들이 금리 상승으로 보유 채권을 손절매하기 시작하면서 지난달 금리가 더 급격히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금리 인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하겠지만 이자 수익도 확대돼 충격이 다른 업권 대비 덜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올라갈 경우 1조6000억원 안팎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업권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수익이 즉각적으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며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이자 증가분이 상쇄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1.735%, 2.207%를 기록해 최근 한 달 새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급등했다.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말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고채 매입, 통안채 발행 물량 축소를 포함한 시장안정화 정책을 발표해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오는 15일 미국 금리 인상 소식이 발표되면 또 한 번 채권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배미정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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