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부산과 인근 지역인 울산에서 원인 모를 악취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폭염속에서도 심한 악취에 아파트 창문을 꽁꽁 걸어 잠가야 했으며, 일각에서는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괴담까지 돌았습니다.
정부가 전문가들을 동원, 원인 규명에 나섰으나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뚜렷한 실체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신 악취 현상의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기관이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재난관리기금 4천만원을 들여 이동식 악취 포집장치 10대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동식 악취측정차량 1대는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배치됐습니다.
부산시는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된 부취제 관리를 강화하려고 위험물안전관리법, 악취방지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관련 법 정비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악취전담팀(TF) 구성을 위해 조직 개편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F는 환경보전·재난대응·에너지산업 분야, 소방본부,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 등으로 구성됩니다.
부산에서는 지구과학, 화학, 환경, 수리, 기후, 안전 등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단도 운영됩니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산도시가스, 소방서,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 관할 지자체 담당자가 신속하게 1차 현장 조사에 나섭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사례를 계기로 악취 민원에 대한 대응 체계 전반을 보완했다"며 "향후에는 우왕좌왕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악취 소동 이후의 대책은 초기대응에 집중됐습니다.
악취가 특정 지역에 체류하는 시간이 약 15분 이내여서 기체 등 시료 채취에 한계가 있고, 관련 장비가 부족한 데다 기관별 대응이 중구난방이라는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부산시의 자료를 보면 7월 21일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 중구, 동구, 사상구, 사하구, 강서구 등 8개 구에 악취 민원이 256건 신고됐습니다.
불과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에 같은 민원이 부산의 16개 구·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이 정도로 몰린 것은 아주 이례적이었습니다.
상당수 시민이 아파트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악취가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뜬소문까지 나돌았습니다.
시청, 구청, 소방본부, 경찰 등의 담당자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해 시민들의 불안을 키웠습니다.
원인 규명작업이 미궁에 빠지자 국민안전처까지 나섰습니다.
최초 악취 신고가 접수된 지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가 없자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 부산시와 울산시는 물론 환경부와 산업부 등 9개 기관 관계자를 불러 모아 '가스 및 악취 발생에 따른 관계기관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었습니다.
이어 부경대 서용수 박사를 단장으로 하는 '부산·울산지역 가스·악취 민·민관 합동조사단'이 8일간 원인 조사에 매달렸습니다.
합동조사단은 부산은 부취제(附臭劑), 울산은 공단악취가 원인이라고 각각 결론 내렸지만, 그 원인이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서용수 박사는 "과학적으로는 원인을 증명했다"면서도 "실물만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산시에서 한 해에 접수되는 악취 민원은 400건에 가깝습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부산시의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악취 민원은 모두 1천919건으로 한 해 평균 384건이었습니다.
부산시민은 하루에 한 번꼴로 악취 민원을 제기하는 셈입니다.
수영구에 사는 김모(34·여) 씨는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악취 탓에 구역질한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악취를 일으키는 원인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추적해서 두 번 다시 그런 경험을 하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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