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대통령이 됐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순실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박 대통령이 자기 연민과 절망, 외로움에 휩싸여 있으며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운명의 장난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던 청와대에 홀로 고립됐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의 여성 19명에 박 대통령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이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미 대선에서 아깝게 유리천장을 깨지 못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롯해 탄핵으로 물러난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박 대통령 등이 선정됐다.
AFP통신도 탄핵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사태는 깜짝 놀랄만한 (박 대통령의) 몰락”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청렴한 이미지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걸 시사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보수적 성향을 띠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 헌재도 탄핵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주변의 전망을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9일 탄핵 관련 속보를 내보내며 큰 관심을 보였다. 탄핵 정국이 군 위안부 합의, 군사정보교류 합의 등 한일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장된 가운데 파장을 예의주의하는 분위기다.
마이니치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운명의 날”이라며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부결되면 야3당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게 된다”며 예의주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오전부터 전자판 속보로 관련 기사를 게재하며 탄핵 가결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여당 내 ‘비박의 동향이 초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후지TV 등 TV방송들도 탄핵이 가결되면 한중일 정상회담의 연내 도쿄 개최는 물건너가게 된다”며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등 위안부 문제 진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중계방송을 하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반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한국 오늘 박근혜 탄핵, 국정농단 게이트 클라이막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만약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박대통령의 정치생명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포털 소후망은 일본과 한국 언론매체를 인용해 ‘박근혜 탄핵표결에 가슴 졸이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박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새 대통령을 뽑게 되면 한반도 사드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이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참고소식망 등 다른 매체들은 한국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을 인용해 의결 정족수에 따른 탄핵안 통과 가능성을 자세히 분석하기도 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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