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이]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연말이 되면서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하반기에도 매매가격 최고점을 거침없이 갈아치우던 아파트 시장은 10월 이후부터 주춤하면서 한 주가 지날 때마다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떨어질 날 없다'는 인식 속에 자고 일어나면 500만~1000만원씩 시세가 오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경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초는 0.06%, 송파·강동은 0.04%, 강남은 0.02% 정도 하락하기까지 했다.
최근의 결과까지 놓고 보면 상고하저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의 이면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다양한 변수 꾸러미가 동시에 작용했다. 부동산114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집값을 움직인 이슈들, 그리고 아파트 시장에서 일어났던 이런저런 사건들은 크게 10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1. 주택청약 1순위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올해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열기가 남아 있는 가운데 출발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09년 5월 판매를 시작한 후 도입 7년여 만의 일이다. 1순위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청약경쟁률은 치열해졌다. 2016년 1~10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4.71대1로, 인터넷 청약 의무화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 유동자금이 서울 강남·부산 재건축 시장과 수도권·지방 인기 신도시 분양시장에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4000만원을 돌파하면서 10월 기준 3.3㎡당 가격은 4012만원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3635만원에 비해 377만원 더 높은 것이다. 올해 1월에 분양한 신반포자이 분양가는 3.3㎡당 4457만원에 책정돼 주상복합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3. 대구·경북 아파트값 본격 하락세
하지만 시장에는 빛과 그늘이 동시에 존재한다. 청약 접수를 했다 하면 경쟁률 100대1이 넘어가면서 '자갈밭에 지어도 완판'이라는 말이 나오던 대구·경북 일대에서는 올 들어 기존 아파트 가격·청약경쟁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입주 물량이 쌓이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특히 2015년 전국 아파트 시장의 '다크호스'로 통하던 대구는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고 이어 경북·울산 등도 줄줄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4. 조선·해운업 불황에 부동산 시장도 타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해운업 비중이 큰 경남 거제·통영·울산 동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올 한 해 전체가 겨울이었다. '아파트 분양 불패'를 자랑하던 곳이지만 대우조선해양 등은 울산의 사원 기숙사 매각에 나섰다. 분양 열기를 따라 지역주택조합 사업까지 활기를 띠던 거제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앞으로도 별다른 타개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5.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시장이 불안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중요한 신호(signaling)가 됐다.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가격 변수는 '금리'다. 한 채에 수억 원이 거뜬히 넘는 아파트를 사려면 분양을 받든 기존 아파트를 사든 대출을 받으면서 이자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부터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비거치식·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에 들어갔다. 대출자가 빚을 갚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지를 예전보다 깐깐히 따지고,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까지 나눠 갚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돼 지방도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됐다. 지방은 그동안 없었던 대출규제가 생기는 셈이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다.
6. HUG 분양보증·중도금 대출 강화…고분양가 제동
이어 국토교통부는 6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인당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 건수를 종전 무제한에서 2건으로 제한했다. 1인당 보증한도도 수도권·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했다. 특히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중도금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면서 강남권 분양 아파트들은 사실상 집단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8월에는 HUG가 서울 강남 '디에이치 아너힐스'(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의 주택분양보증 신청 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분양가가 비싸다며 보증 발급을 거부하면서 분양 일정이 보름 정도 늦춰졌다.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최초 분양가는 3.3㎡당 평균 4457만원 선이었지만 최종 분양가는 4137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7.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는 총 1257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이른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줄이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축소 방침이 부각되면서 동탄2·하남 미사·위례 등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8. 청약 문턱 높인 '11·3 부동산 대책' 발표
금융당국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분양시장 과열 잠재우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른바 '11·3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서울 강남 4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등 분양시장 투자 과열 지역에 대해서는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 연장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로 강화하는 데 더해 1순위 청약 자격 강화, 계약금 요건 분양가격 상향 조정(기존 5%→10%), 2주택 이상 소유자 청약 대상 제외,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를 대책에 포함시켰다. 청약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단기 전매차익 목적의 가수요가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11·3대책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 '신촌 그랑자이'(평균 32대1)의 평균 경쟁률은 적용 이전인 10월에 분양한 인근 '신촌숲아이파크'(74.79대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9. 리모델링 요건 완화, 내력벽 철거는 보류
재건축·재개발 열기 속에서 리모델링 시장은 다소 지지부진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에 필요한 주민 동의 요건이 동(棟)별로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전체 구분 소유자 5분의 4 이상과 동별 구분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했는데 이 가운데 동별 동의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가구 간 내력벽(건물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벽) 철거 허용 방침'을 정부가 3년간 유보하기로 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사업은 잠잠한 상황이다.
10.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논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가 '부동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공인중개사와 이른바 '밥그릇 싸움' 논란이 불거졌다. 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을 변호사가 침범한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3월 국토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개인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공인중개사법 위법 소지가 많다는 판단을 내리며 공인중개 업계의 손을 들어줬으나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업무를 둘러싸고 앞으로도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 치열한 공방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의 결과까지 놓고 보면 상고하저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시장의 이면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다양한 변수 꾸러미가 동시에 작용했다. 부동산114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집값을 움직인 이슈들, 그리고 아파트 시장에서 일어났던 이런저런 사건들은 크게 10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1. 주택청약 1순위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올해 분양시장은 지난해의 열기가 남아 있는 가운데 출발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09년 5월 판매를 시작한 후 도입 7년여 만의 일이다. 1순위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청약경쟁률은 치열해졌다. 2016년 1~10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4.71대1로, 인터넷 청약 의무화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부동산 모습.[사진출처 = 매경DB]
2. 투자 열기가 쏘아 올린 재건축 아파트값·분양가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 유동자금이 서울 강남·부산 재건축 시장과 수도권·지방 인기 신도시 분양시장에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3.3㎡당 4000만원을 돌파하면서 10월 기준 3.3㎡당 가격은 4012만원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3635만원에 비해 377만원 더 높은 것이다. 올해 1월에 분양한 신반포자이 분양가는 3.3㎡당 4457만원에 책정돼 주상복합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3. 대구·경북 아파트값 본격 하락세
하지만 시장에는 빛과 그늘이 동시에 존재한다. 청약 접수를 했다 하면 경쟁률 100대1이 넘어가면서 '자갈밭에 지어도 완판'이라는 말이 나오던 대구·경북 일대에서는 올 들어 기존 아파트 가격·청약경쟁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입주 물량이 쌓이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특히 2015년 전국 아파트 시장의 '다크호스'로 통하던 대구는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고 이어 경북·울산 등도 줄줄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4. 조선·해운업 불황에 부동산 시장도 타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해운업 비중이 큰 경남 거제·통영·울산 동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올 한 해 전체가 겨울이었다. '아파트 분양 불패'를 자랑하던 곳이지만 대우조선해양 등은 울산의 사원 기숙사 매각에 나섰다. 분양 열기를 따라 지역주택조합 사업까지 활기를 띠던 거제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앞으로도 별다른 타개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5.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시장이 불안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중요한 신호(signaling)가 됐다.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가격 변수는 '금리'다. 한 채에 수억 원이 거뜬히 넘는 아파트를 사려면 분양을 받든 기존 아파트를 사든 대출을 받으면서 이자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2월부터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비거치식·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에 들어갔다. 대출자가 빚을 갚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지를 예전보다 깐깐히 따지고,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까지 나눠 갚는 방식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돼 지방도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됐다. 지방은 그동안 없었던 대출규제가 생기는 셈이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다.
6. HUG 분양보증·중도금 대출 강화…고분양가 제동
이어 국토교통부는 6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인당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 건수를 종전 무제한에서 2건으로 제한했다. 1인당 보증한도도 수도권·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했다. 특히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중도금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면서 강남권 분양 아파트들은 사실상 집단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8월에는 HUG가 서울 강남 '디에이치 아너힐스'(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의 주택분양보증 신청 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분양가가 비싸다며 보증 발급을 거부하면서 분양 일정이 보름 정도 늦춰졌다.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최초 분양가는 3.3㎡당 평균 4457만원 선이었지만 최종 분양가는 4137만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7.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는 총 1257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이른바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줄이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 축소 방침이 부각되면서 동탄2·하남 미사·위례 등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8. 청약 문턱 높인 '11·3 부동산 대책' 발표
금융당국과 마찬가지로 정부는 분양시장 과열 잠재우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이른바 '11·3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서울 강남 4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등 분양시장 투자 과열 지역에 대해서는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 연장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로 강화하는 데 더해 1순위 청약 자격 강화, 계약금 요건 분양가격 상향 조정(기존 5%→10%), 2주택 이상 소유자 청약 대상 제외,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를 대책에 포함시켰다. 청약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단기 전매차익 목적의 가수요가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11·3대책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 '신촌 그랑자이'(평균 32대1)의 평균 경쟁률은 적용 이전인 10월에 분양한 인근 '신촌숲아이파크'(74.79대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9. 리모델링 요건 완화, 내력벽 철거는 보류
재건축·재개발 열기 속에서 리모델링 시장은 다소 지지부진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에 필요한 주민 동의 요건이 동(棟)별로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전체 구분 소유자 5분의 4 이상과 동별 구분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했는데 이 가운데 동별 동의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가구 간 내력벽(건물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벽) 철거 허용 방침'을 정부가 3년간 유보하기로 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사업은 잠잠한 상황이다.
10.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논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가 '부동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공인중개사와 이른바 '밥그릇 싸움' 논란이 불거졌다. 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을 변호사가 침범한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3월 국토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개인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공인중개사법 위법 소지가 많다는 판단을 내리며 공인중개 업계의 손을 들어줬으나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업무를 둘러싸고 앞으로도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 치열한 공방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