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서정원 깨운 스승의 한 마디, "천천히 가라"
입력 2016-12-09 06:00  | 수정 2016-12-09 11:35
8일 서울 신문로에서 인터뷰한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 2013년 수원 사령탑 부임 후 처음으로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사진=윤진만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은 우측에 놓인 FA컵 트로피를 만지작하면서 두 스승을 떠올렸다.
노장의 계유(啓喩·깨우쳐서 알게 함) 없이 위기를 딛고 감독으로 첫 트로피를 따내기 어려웠을 거라 그는 말했다.
많이 져봐야 한다.
이길 경기 비기고, 비길 경기에서 패하며 하락세를 탈 때, 김호 전 수원 감독의 말이 생각났다고.

김호 감독과 서정원은 1992~1996년 국가대표에서 감독과 선수로 첫 연을 맺었다. 첫 유럽 생활을 마치고 안양(현 서울) 출신 서정원을 1999년 수원으로 영입한 것도 김호 감독이다.
서 감독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많이 져봐야 한다는 건, 많이 패해봐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라며 "올해 아픔을 통해 (지도자로서)깊이가 더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김호 감독이 축구선수 서정원의 완성을 도왔다면, 故 데트마르 크라머 전 한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서정원에게 축구인으로서의 영감을 불어넣었다.
크라머 감독과 서정원은 1991~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팀에서 처음 만나 크라머 감독이 작고한 지난해까지 25년여를 인연을 이어갔다. 올해에도 계신곳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조급해하지 말라. 힘들 때일수록 천천히 가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봐라.
크라머 감독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서 감독은 "예전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 생각하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힘들 때 크라머 감독과 주고 받은 이메일을 이따금 들춰봤다"며 "해주신 말씀 하나하나의 의미를 지금 되새기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호 전 수원삼성 감독. 사진=MK스포츠 DB

2015년 10월 90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일선에서 물러난 김호, 지난해 작고한 크라머 감독에게 더 이상 실질적인 조언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 시절 스치듯 들었던 두어 마디가 감독 서정원을 살찌우고 있었다.
사퇴 의사를 접고 내년에도 수원과 함꼐 하기로 한 서 감독은 4년에 만족하지 않고, 수원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을 롤모델 삼아 최대한 오랜 기간 머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