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탄핵전야 국회, 야당은 ‘배수진’ 여당은 ‘표단속’
입력 2016-12-08 17:23  | 수정 2016-12-08 23:17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9일 야당은 ‘부결시 의원직 전원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사즉생 즉, 죽을 각오로 탄핵에 임해 야당 내 이탈표를 막고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참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가결에 반대하는 친박계와 찬성하는 비박계가 충돌하는 등 갈등만 또다시 노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한이 부결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사퇴서를 작성해 각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5명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역사에 큰 분기점에서 우리가 우리의 모든 걸 걸고 싸우자는 결의를 다지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저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걸고 탄핵을 반드시 가결시키겠다는 결의를 모았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9일 박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농성을 벌이고 9일 곧바로 본회의에 참석한다.
국민의당도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총사퇴하기로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서에 서명을 하고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또 국민의당은 의총장에서 소속 의원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9일 탄핵안을 표결하는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탄핵안 가결을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는 탄핵의 종을 힘껏 울려야 한다”며 탄핵은 정의의 불씨이고 희망의 등불”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압도적 탄핵으로 국민들의 숭고한 애국심에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야당 일부세력이 탄핵을 고의로 부결시킬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 탄핵안 고의 부결설은 탄핵소추안 표결시 야당이 조직적으로 반대표를 던져 일부러 탄핵안을 부결시킨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와 비주류인 비박계를 자중지란에 빠지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에대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사이비가 판치는 국회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리 안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엄중한 촛불 민심에 밀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자유표결하기로 했지만 이날 의원총회에서 또다시 주류와 비주류가 격돌했다. 전날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 황영철 의원이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옷과 가방 값을 직접 치렀다는 주장을 제기해 박 대통령의 ‘뇌물죄 논란이 재점화되자 친박 지도부가 강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비주류인 김성태 의원은 의총직후 기자들과 만나 실망하고 좌절한 국민들의 분노에 대해 제대로 상황인식을 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여전했다”며 혀를 찼다. ‘구체적으로 누가 지적했냐는 질문에 당 지도부가 상당한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탄핵 부결을 내심 바라는 친박계와 탄핵 가결을 주장하는 비박계는 표 단속에 주력했다.
이날 열린 비상시국회의 직후 황영철 의원은 탄핵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는 것은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국민들이 저희들에게 주는 준엄한 요구를 받들어 마지막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탄핵 소추안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황 의원은 자칫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단 한표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세월호 7시간이 탄핵안 통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친박계는 탄핵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이 불가피하는 이유로 탄핵만큼은 안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4월 퇴진-6월 대선을 받아들이겠다고 했기 때문에 탄핵으로 가는 것만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것인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83명에 이르는 초·재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눈치를 살피며 마지막까지 선택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안병준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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