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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과 초소형’…FA시장, 그 대박과 무모함의 파장
입력 2016-12-08 07:04  | 수정 2016-12-08 07:22
NC 다이노스 용덕한(사진)이 전날 은퇴를 선언하고 코치로 새 인생을 출발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이전과 다른 듯 같은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원 소속팀 우선협상 기간이 사라지며 신속하고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속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개는 정반대였다. 느림보 행진 속 대어급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누군가에게는 대박이었고 기회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모한 기백에 불과한 것도 여전했다.
전날 NC의 베테랑포수 용덕한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동시에 NC 2군 배터리 코치로 선임됐다며 새 인생 소식도 전했다. 갑작스러운 소식. 과감한 FA 선언으로 놀라움을 안겼던 용덕한은 은퇴와 코치인생 출발까지, 한 달 사이 깜짝 놀랄 행보만 거듭했다.
용덕한은 당초부터 우려 높은 FA 신청으로 꼽혔다.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노장 백업포수가 현재 그의 신분이다. 시즌 성적이며 통산 성적이며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다. 은퇴가 일러 보이는 나이는 아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더없는 베테랑인 35세다.
선수 한 명 키우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인 현 KBO리그 운영구조에서 보상선수까지 내주고 용덕한을 영입할 외부 구단은 거의 없다고 보여졌다.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백업포수 능력은 출중하지만 모든 구단이 현재보다는 미래를 우선시했다. 용덕한도 이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NC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생각. 그러나 NC 역시 선수키우기에 집중할 뜻을 내비치며 용덕한의 자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결국 자연히 결말은 은퇴와 코치데뷔로 흘러갔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대어급 선수들에 대한 100억 단위의 돈 잔치와 함께 구단 간 미묘한 경쟁의식까지 펼쳐지고 있다. ‘타자최대어 최형우는 앞서 KIA와 4년간 총액 100억 원 계약에 이르며 세 자리 액수 시대를 열었다. ‘국가대표 에이스 김광현은 수술로 인한 한 시즌 결장이 유력한 상황임에도 원 소속팀 SK와 4년간 85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황재균(롯데)은 롯데의 오매불망 기다림에도 미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채 쾌속 전진 중이며 양현종(KIA)도 KIA잔류와 일본, 미국을 두고 저울질 중이다. 차우찬(삼성)을 두고서는 해외무대는 물론 국내 구단 간의 치열했던 영입 전까지 펼쳐졌다. 이들 선수들 모두 100억 원은 기본이며 그 이상의 조건 이야기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양현종(왼쪽)과 차우찬 등 대어급 자원들은 100억 원 가까운 대형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사진=MK스포츠 DB
프로무대는 냉정하고 돈에 의해 움직이기에 이 같은 흐름은 당연하다. 정당한 대우, 현재보다 미래를 향한 가치판단은 올바르고 자연스러운 사회전체 흐름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한 구석의 시선은 분명 위화감이 든다. 돈다발을 들고 오라는 곳이 많아 고민하는 대형FA들의 그늘 한 구석에는 소리 없이 묵묵히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린 이른바 초소형 FA들이 조금의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무대에서 퇴장하고 있기 때문.
최근 FA 등급제, 에이전트제도 도입 등 KBO리그 전반에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격을 얻었으니 신청을 했다”는 용덕한의 너무도 당연했던 FA 신청의 변과 한 달 만에 이뤄진 초고속 은퇴결정이 팬들 가슴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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