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가까이 오지마세요. 어~어~으악”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교육센터. 4차원(4D) 영화관 처럼 생긴 이 곳에서 10여명의 참가자들이 가상현실 체험기기(헤드셋)를 머리에 끼고, 1인용 의자(모션시뮬레이터)에 앉아 연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약 30평 남짓한 이곳 교육센터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도로 위 아찔한 상황을 실제로 체험해보는 VR 교통안전 교육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공단은 서울지부에 설치한 VR 교통안전 교육센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공단이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는 도로 위 위험 천만한 상황을 VR을 통해 간접 경험함으로써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필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교육 시간은 약 3~4분 가량. 프로그램은 ‘과속, 난폭, 음주운전과 ‘빗길, 안개길 운전, ‘안전띠 미착용과 가족이 동승한 상황, ‘스마트기기 사용 등 운전 중 주의 분산 등 4가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가정해 진행된다.
이날 기자 역시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여해봤다. 정면을 응시하시고 헤드셋을 착용해주세요”라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준비를 마쳤다. 곧바로 도로교통을 안내하는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왔고, 눈 앞에는 시가지 도로가 펼쳐졌다.
달리는 차량 뒷좌석에 탑승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됐다. 기자가 탄 차량은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내 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카페와 상가, 저 멀리로 아파트 단지들도 보였다.
자, 이번에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을 체험해보겠습니다” 방송이 흘러나왔다. 오른쪽 차선의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 들었다. 깜짝 놀랄 겨를도 없이 차량이 급정거를 하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고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놓치고 말았다.
가상현실 속 차량 운전자는 한번 해보자는 거냐”며 끼어들기 한 차량을 쫓아가며 곡예운전을 했다. 난폭운전·보복운전 상황에 돌입한 것.
차량이 좌회전·우회전을 반복할 때 마다 몸이 좌우로 심하게 쏠렸다. 상대 차량 역시 보복 운전을 하면서 눈앞에 아찔할 상황이 수 차례 연출됐다. 도로 위에서 급정거·차선변경을 반복하다 결국 시가지 사거리 인근에서 해당 차량과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나고 말았다.
기자가 탄 차량이 갑자기 사고를 내면서 뒤를 따라오던 차량들도 연쇄 추돌했다. 큰 흔들림과 함께 체험이 끝났다. 실제 사고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가상현실을 통해 ‘죽을 고비를 넘긴 참가자들은 도로 위에서 사소한 다툼이 운전자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에게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공단 측은 서울지부에서 가상현실 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뒤, 대전충남지부와 광저전남지부 등에서 차례로 개관하기로 했다. 교육센터 운영효과를 분석해 공공기관과 기업체, 민간·사회단체에 관련 프로그램 콘텐츠를 공유해 나갈 방침이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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