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산배분 자유로운 `만능공모펀드` 나왔다
입력 2016-12-05 17:32 
국내 공모펀드로는 처음 혼합재간접형 펀드가 나왔다. 혼합재간접형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 부동산이나 원자재까지 0~100%까지 자산별 비중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한 펀드다. 사실상 공매도 기능만 없는 헤지펀드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운용자산 투자 제한이 없어 자유로운 자산배분이 가능했던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펀드의 경우 금융당국은 주식형·채권형·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 등 네 가지 유형으로만 펀드 출시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공모펀드는 주식과 채권 비중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유형을 구분해 진정한 의미의 자산배분 투자가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반 투자자들은 중장기 투자 위험을 낮추고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산배분이 자유로운 공모펀드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받는다.
5일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하이자산운용이 등록 신청한 '하이 로키(ROKI) 1 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혼합재간접형'으로 분류해 승인했다. 금감원이 혼합재간접형 펀드 등록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공모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비중을 기준으로 주식형(주식 60% 이상), 주식혼합형(주식 50% 이상), 채권혼합형(채권 50% 이상), 채권형(채권 60% 이상) 가운데 하나로 분류됐다.
하이로키1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키움증권이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인 'ROKI 1'의 자문을 받는 구조로 운용된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로봇 알고리즘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늘리거나 줄여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전략을 편다. 금감원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기초자산이 다양한 ETF를 활용해 투자하는 구조여서 혼합재간접형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를 통해 자산운용사의 창의적 운용 역량이 공모펀드에서도 발휘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처음 출시된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주식형·채권형·주식혼합형·채권혼합형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각각 출시됐다. 9월 출시된 'NH아문디디셈버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채권혼합형으로만 출시됐다. 채권혼합형 펀드는 채권값이 떨어져 채권 비중을 크게 낮춰야 하는 시점에서도 50%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뿐만 아니라 인간 펀드매니저가 운용했던 자산배분 펀드 역시 같은 문제를 겪었다. 앞서 2007년과 2011년 각각 출시됐던 '미래에셋인사이트' 펀드나 '한국투자글로벌타겟리턴' 펀드는 주식혼합형으로 등록됐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도 주식 비중을 완전히 줄일 수 없는 구조였다. 금감원이 혼합재간접형 펀드 등록을 허용함에 따라 앞으로 일반 개인도 누구나 최소 10만원만 있으면 자산배분 펀드에 쉽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내년까지 이어질 글로벌 정치적 불확실성 국면에서 자산배분 투자는 위험을 낮추고 수익률은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꼽힌다.
매일경제신문이 2006~2015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6개 주요 자산에 개별적으로 투자했을 경우와 6개 자산에 동일 비중으로 분산투자했을 경우 수익률과 변동성을 비교한 결과, 자산배분 투자가 위험 대비 성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은 글로벌 리츠(부동산)로 연평균 10.5%를 기록했다. 하지만 리츠 투자의 연평균 변동성은 44.5%(1년간 월별 수익률 격차가 최대 44.5% 발생)로 투자 위험도가 매우 컸다.
자산배분 투자를 했을 경우 연평균 변동성은 12.4%로 떨어진 반면, 연평균 수익률은 7.5%로 주식에만 투자했을 때보다 높았다. 진성남 하이자산운용 이사는 "투자의 본질을 한마디로 '리스크(위험) 대비 리턴(수익)'으로 요약했을 때 해답은 자산배분 투자에 있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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