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092 人터뷰①] '개인기 기술자' 양기웅 "웃기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웃어요"
입력 2016-12-05 17:28  | 수정 2016-12-05 17:34
가만히 얼굴만 보고 있어도 빵빵 터지는 친구가 있다. 분명 그 친구는 날 웃기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경기도 안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개그맨 양기웅은 인터뷰에 앞서 첫 인사말을 "일상이 개그인 개그맨 양기웅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 누구보다도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시작도 전에 웃음이 터졌다. '이런 게 개그맨의 아우라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와의 유쾌한 인터뷰가 시작됐다.



"어렸을 땐 제가 끼가 많은 줄 전혀 몰랐어요. 가족 잔치에 가면 저희 어머니가 항상 절 가족들 앞으로 데리고 나오셨어요. 어머니는 제게 춤과 노래를 시키셨는데, 정작 저는 부끄러워서 잘 못 했었어요. 그렇게 23살 군대를 가기 전까지 친한 친구들 앞에서 장난치는것 외에는 조용한 친구 중 한명이었습니다."

흔히 개그맨들은 어렸을때부터 주위를 웃기게 하는 특별함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들은 그의 학창시절은 너무도 평범했다. 심지어는 낯가림도 있었다고 한다. 딱 친한 친구들에게만 미친 듯이 웃긴 친구. 그런 스타일의 친구가 바로 자신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개그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그가 사람들을 웃게 할 개그맨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선임들은 제가 웃긴 줄 잘 몰랐어요. 그런데 후임들은 제가 편하게 대하다 보니까 툭툭 웃음을 주게 됐죠. 특히 정종철 선배의 개인기를 보고 저도 소리를 내는 개인기를 꾸준히 연마했어요. 연마한 개인기들을 후임들에게 보여주면 아주 빵빵 터졌어요. 그래서 한 후임은 '양기웅 병장님은 사회에 나가시면 꼭 개그맨을 하셔야 합니다'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전역하면 뭐하지'라는 고민을 하는데, 저는 개그맨이 되겠다는 제 꿈이 명확했어요."

뜨거운 햇살이 가득했던 2013년 6월, 그는 코코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개그맨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콩트와 연기를 해본 적이 없던 그는 오롯이 그동안 연마해온 개인기로만 승부를 봐야 했다. 그는 수없이 갈고닦던 43가지 개인기 중 '빠삐코 CF 입으로 소리내기'와 '복화술로 후뤠시맨 주제가 부르기'를 무기로 장착했다. 자신감은 넘쳤다. 하지만 누군가의 앞에서 그를 웃겨야만 한다는 것은 결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심사위원에 개그맨 임혁필 선배님이 앉아계셨어요. 준비한 것을 보여달라고 해서 '빠삐코 CF 입으로 부르기'를 먼저 보여드렸어요. 한참 열심히 개인기를 하고 있었는데, 심사위원분들이 갑자기 배를 잡고 웃으시는 거에요. '왜 그러시지?'하고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제가 긴장하면 겨드랑이 땀이 폭주를 하거든요. 개인기를 하면서 팔을 들었는데 겨땀이 한가득 있으니까 거기서 심사위원분들이 다 터지신 거에요. 임혁필 선배님은 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웃으셨어요. 그렇게 코코엔터테인먼트 연습생에 합격 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겨땀과 손동작의 묘한 조합이 최고의 병맛을 탄생시켰던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하하."

그렇게 그는 120명 중 10명을 뽑는 코코엔터테인먼트 개그맨 연습생에 당당히 합격했다. 연습생이 된 그는 당시 소속사 선배였던 임혁필에게 개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개그 아이템을 준비하면, 임혁필은 정돈되지 않은 그의 개그를 마치 보석을 깎듯 완벽한 웃음으로 빈 공간을 채워줬다.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tvN 예능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의 합류 제안이였다.

[MBN 뉴스센터 박영근/ bokil8@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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