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드發 공매도 폭탄`…중국株의 눈물
입력 2016-12-04 18:30  | 수정 2016-12-04 23:47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과 중국 간 외교 관계 악화 여파가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관련 매출 비중이 크거나 중국 시장에 차기 성장동력을 둔 종목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주가가 최고 5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기관과 외국인들이 해당 주가 급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거래로 차익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롯데그룹 중국 내 계열사에 전방위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한중 관계의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해당 주식에 대한 주가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부터 12월 1일까지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주 중 일평균 거래량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이 높은 10개 종목 중 3개가 중국 관련 기업으로 집계됐다.
최근 반년간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한샘으로 전체 거래량 중 20.82%가 공매도 거래였다. 가구업체인 한샘은 성장 돌파구를 찾아 내년에 상하이에 직매장을 설치하고 소매(B2C) 시장에 진출하는 등 중국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 중국 테마주로 꼽히는 오리온과 호텔신라도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각각 17.43%, 15.14%로 3·9위에 올랐다. 오리온은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어 실적이 중국 내수시장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호텔신라는 전체 매출 중 90%가량이 면세점 사업에서 발생하는데 면세점 고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이다.
문제는 중국 관련주에 공매도 쏠림 현상이 계속돼 주가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총상장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 상위 종목 10개 중 4개가 중국 관련 종목이었다.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을수록 해당 주식은 그만큼 매도 물량이 몰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전 종목 중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OCI는 주력 제품인 폴리실리콘이 중국 정부로부터 반덤핑 조사를 받으며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져 공매도 잔고가 11.00%에 달했다. 방한한 유커 수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 여행주 하나투어와 호텔신라는 공매도 잔고 비중 상위 2·3위(각각 8.28%, 6.56%)에 올랐다. 화장품 업체로 중국 판매에 큰 영향을 받는 코스맥스는 비중 상위 5위(5.36%)를 차지했다. 코스피 평균 총상장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은 0.71%에 불과하다.
이들 종목에 공매도 수량이 집중된 것은 한중 관계 악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가 한국 측에 무역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사업에 대해 부정적 전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 말 롯데의 중국 내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조사에 전면 착수했다. 이는 롯데가 경북 성주에 위치한 골프장을 사드 포대 배치 기지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관련주가 실적 악화에다 한중 관계 이슈가 겹치면서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실적 면에서 뚜렷한 개선 없이는 주가 상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중 관계가 악화된 이후 중국주의 주가는 부진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과 사드 배치 약정을 체결한 지난 3월 4일 이후 12월 2일까지 호텔신라 주가는 52.18% 떨어져 반 토막이 났다. 오리온 주가도 39.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0.76% 상승한 코스피와 상반되는 흐름이다.
다만 현재의 주가 부진은 기업 자체 성장동력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따라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전병서 중국금융연구소 소장은 "사드 배치를 전면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 위기에 몰린 만큼 정권 교체 때는 한중 관계가 완화될 수도 있다"며 "실적이 견조한 중국 관련 기업 주가는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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