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탄핵 D데이 돌고 돌아 결국 9일
입력 2016-12-02 15:06 

야3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의결 시점을 놓고 오락가락 혼선을 빚은 끝에 결국 9일로 미룬 것은 탄핵소추안 가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여론 비판을 의식해 5일로 시기를 앞당기려 했지만 새누리당 비박계가 2일 '5일 표결 불가' 방침을 확정한 것이 현실적 장벽으로 작용했다. 탄핵 D데이를 놓고 2일→9일→5일을 거쳐 다시 9일로 돌아온 셈이다.
◆비박계, 퇴임시점 밝힐 때 탄핵 여부 엇갈려
새누리당 비주류는 이날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세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첫째, 야당의 5일 탄핵 추진은 부적절하며 강행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4월 30일 사퇴 의사를 박 대통령의 '육성'으로 확인해달라는 얘기다. 셋째, 이때까지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으면 오는 9일 예정된 탄핵소추안 표결에 비박계는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입장과 비슷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최후 선택을 위한 시간까지 명시한 점이 한발 더 나아간 대목이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7일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그것을 거부하면 탄핵하면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속내에는 대통령이 4월말 퇴진이라는 여당 요청을 7일 전에 수용하면 협상 자체를 거부해온 야당이 다른 퇴진 시점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사실상 '4월 말 퇴진, 6월 말 대선'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어 여야가 합의로 총리를 선정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면서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하는 것이 비박계의 정국수습 시나리오다.
다만 여야 협상 불발시 탄핵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혀도 여야 협상이 안되면 탄핵 표결에 들어가느냐에 대해서는 (비박계)내부 의견이 갈린다"며 "만약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겠지만 그 숫자가 가결에 충분하냐는 것은 지금 자신있게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이 정해지면 탄핵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면담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점이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께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의원들, 비주류를 전반적으로 만나서 의견을 경청하고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앞서 황 의원 등 비박계도 허원제 정무수석과 통화한 자리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야3당 "3일 촛불민심으로 9일까지 비박계 압박"
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등 야3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오는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와함께 새누리당 비박계에 대해 탄핵요구한 찬성을 강하게 요청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비박계 일부가 박 대통령이 퇴임시한을 천명하면 탄핵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굉장히 비겁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헌법 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버리고 지금 어떤 핑곗거리를 찾았다, 이거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추 대표는 또 "야권은 튼튼한 야권공조를 통해 탄핵 가결로 화답해야 할 것"이라며 "청와대가 일시적으로 탄핵을 막은 것처럼 보이지만, 즉각 퇴진과 즉각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민심은 더 강렬해졌고 내일도 6차 촛불은 여지없이 광장에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3당의 요구에도 새누리당 비박계가 탄핵안에 찬성할 지는 미지수다. 야3당은 '9일 탄핵 표결 이외에 다른 협상은 없다'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야3당과 비박계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야3당은 새누리당 비박계를 오는 9일 표결까지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박 대통령의 거취와 상관없이 탄핵안을 추진해 분명하게 대통령의 위헌·위법 사실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박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 전반을 쥐고 있으면서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은 이미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 인사를 단행했으며 다음달 검사장 인사를 통해 자신을 겨냥한 검찰을 길들이고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4월까지 진행될 특검을 빠져나가고자 할것"이라며 "내주에는 자신의 의혹 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연다고 하는데 지지층 결집과 동정여론을 만들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5일 탄핵안 표결'을 당론으로 추진했던 국민의당은 3일 촛불집회에서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민주당의 '2일 표결'에 반대하면서 비난 여론에 직면했던 국민의당은 촛불집회 직후인 '5일 표결'을 추진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했다. 하지만 이날 야3당이 9일 탄핵 표결로 합의하면서 이런 계획이 어그러졌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탄핵 가결이 목표이기 때문에 야3당 공조 밖에 드릴 말이 없다"며 "거기에 모든 초점을 맞춰서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신헌철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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