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수익이나 국익 모두 따져봤을때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하는게 당연
입력 2016-12-01 17:37  | 수정 2016-12-01 20:33
◆ 레이더M / 신장섭 교수가 본 '삼성물산 합병' 5가지 쟁점 ◆
지난해 7월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 결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과 특검이 삼성그룹의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지원과 재단 출연이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고 판단하기 위한 핵심 근거로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추진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입을 열었다.
신장섭 교수는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 분쟁이 벌어졌을 때 엘리엇이 악명 높은 '벌처펀드'라는 것을 한국에 처음 알린 경제학자다. 신 교수는 1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정경유착으로 몰아가고 있는 국내 분위기에 대해 "'포퓰리즘'과 '반재벌정서'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합병 논란에 대해 '정서법'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당시 상황을 복기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얘기를 '5대 쟁점'으로 나눠 정리했다.
―1대0.35로 결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대해 엘리엇은 당시 1대1.6이 공정하다고 주장했고, 국민연금은 내부보고서에서 1대0.46이 적정하다고 했다.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결정됐나.
▶ 합병 비율 문제는 애초 엘리엇이 한국 자본시장법을 무시했든지, 아니면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꺼낸 것이다. 이것을 국내외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증폭시켰다. 미국은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자산가치를 넣을 재량이 있지만, 한국 자본시장법에는 그 재량권이 전혀 없다. 시장가치만으로 판단한다. 이런 제도하에서 언제 합병할지만 결정하면 합병 비율은 주가에 따라 자동 결정된다.
―그렇지만 비율을 조정할 재량이 있다. 국민연금도 조정 가능 여부를 물어봤다는데.
▶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된 것은 한쪽 비율을 올리면 다른 쪽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 조정 여부는 핵심에서 크게 떨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주가 움직임이다. 엘리엇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1대0.35 비율로 합병하겠다는 발표만으로 당시 삼성물산 주가가 15%가량 올랐다. 오히려 제일모직이 삼성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프리미엄에 삼성물산이 편승했다고 봐야 한다. 당시 삼성물산이건 제일모직이건 이익을 본 사람들만 있다.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 있을 때를 맞춰 삼성 측이 합병시기를 잡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 '고평가'다 '저평가'다 하는 말이 한국 주식시장을 우습게 보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 소액투자자 등이 다 들어와 있다. 특정 주식에 대해 투자자들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면 매입세력만 있어서 주가가 올라야 한다. 당시 엘리엇만 삼성물산 주식의 '저평가'를 아는 혜안이 있었고 다른 투자자들은 바보였다는 말인가.
―삼성이 자금력을 이용해 삼성물산 주가를 일부러 낮게 유지하고 제일모직 주가는 띄웠다는 분석이 있다.
▶ 그것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이나 제일모직에는 국내외 기관투자가가 다 들어와 있다. 삼성그룹보다 자산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가 많이 있다. 혹시 잠깐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1년 가까이 그 큰 두 회사의 주가를 조작할 수 있겠는가.
―삼성이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민연금에 로비했고, 최순실 씨를 통해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적절했나.
▶ 나는 당시 국민연금이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금도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투자수익과 국익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두 가지 잣대에서 합병 찬성이 모두 옳았다. 오히려 찬성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배임했다거나 투기자본처럼 행동했다고 공격받을 상황이었다. 찬성이 합당했다고 보는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합병 발표만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15%가량 올랐다. 주가가 떨어졌다면 투자 손실을 봤다고 합병에 반대할 수 있겠지만 벌써 큰 이익을 봤는데 '투자수익'이라는 기준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둘째, 국민연금은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제일모직 대주주이기도 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삼성그룹 주식 포트폴리오의 향방에 따라 합병 찬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합병에 반대해 부결된다면 삼성그룹 전체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셋째, 국익 측면에서 엘리엇과 삼성 간 대결에서 누구 손을 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판단해야 했다. 투기자본 엘리엇은 한국에 '공(功)'이라고는 쌓아놓은 것이 없다. 국익이라는 잣대에서 엘리엇을 지지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의결권 전문위원회에서 합병 결정이 이뤄지면 반대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삼성이 로비를 해서 투자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있다.
▶ 이것은 부차적 문제다. 전문위원회건 내부 투자위원회건 국민연금의 일부이고 똑같이 투자수익과 국익의 잣대에서 판단을 해야 한다. 정식 의사결정기구는 투자위원회고 전문위원회는 자문기구이지만 투자위원회가 의뢰할 때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삼성 합병과 같이 중요한 문제에서 정식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에 결정을 의뢰하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
―합병 결정 후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도 손해를 봤다. 합병 찬성이 잘못된 결정인가.
▶ 주가 움직임은 하늘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합병 후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도 합병에 찬성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그것을 파헤치라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말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기관투자가들이 그때 주식을 팔았을 것이다. 또 합병 후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건설과 상사 부문에서만 3조원가량 손실이 났다. 이것은 합병을 하지 않았더라도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오히려 제일모직 주주들이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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