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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했던 꿈…조영훈에게 첫 FA의 의미는
입력 2016-12-01 06:00  | 수정 2016-12-01 07:34
조영훈은 2005년 데뷔 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FA를 선언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한 조영훈(34)은 삼성 라이온즈 신인 시절이던 2005년 스프링캠프에서 심정수(41·은퇴)와 룸메이트였다. 당시 심정수는 4년 최대 60억원에 삼성과 FA계약을 했다. 신인 조영훈에게는 심정수가 엄청나 보였다. 조영훈은 지난달 29일 심정수 선배는 특급대우를 받았다. 나중에 나도 FA가 돼서 저렇게 됐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프로무대는 혹독했다. 아마에서는 내로라하는 타자였지만 1군보다는 2군에 있는 날이 많았다. 유망주라는 꼬리표만 길게 따라다녔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 KIA 타이거즈, NC 다이노스로 팀을 옮겼다. 그러면서 그의 FA의 꿈은 멀어져갔다. 대신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NC 유니폼을 처음 입은 2013년 연봉 1억 500만원으로 생애 첫 ‘억대연봉에 도장을 찍었다. 그해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야구인생이 피는 듯 했다. 120경기에서 데뷔 첫 100안타(107개)를 넘겼고 타율은 0.282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전 자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4년 수비 포지션이 겹치는 외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입단하면서다. 외야수로 수비 포지션을 옮기려고까지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결국 주로 백업과 대타로 나서게 되면서 조영훈은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9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다부지게 잡았다. 대타로 경기에 5분 나섰는데도 못 치면 나 때문에 경기를 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나가서 치자. 못 치면 어때라고 생각을 바꿨다. 부담을 줄이고 집중력을 키우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영훈은 지난해 103경기 타율 0.282(124타수 35안타) 8홈런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테임즈와 이호준의 빈자리를 메우는 등 109경기에서 타율 0.335(179타수 60안타) 5홈런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타로 전체 중 가장 많은 48경기에 나와 타율 0.324(34타수 11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그는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FA자격을 획득했다. 자신의 두 번 목표기도 했다.
조영훈은 권리를 나도 한번은 누려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태껏 나도 고생했다. NC에서는 4년 동안 2군에 한 번 내려가고 거의 1군에 계속 있었다. 성적도 더 좋아지고 있는 상태다. 주전들이 144경기 모두 나가는 건 아니다.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도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FA 선언 이유를 말했다.
조영훈은 현재까지 NC 구단과 한 차례 협상을 했다. 안부 정도 묻는 선에서 끝나고 했다. 그는 다른 팀에서 연락이 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전화기만 보면서 초조하기도 했다. 지금은 마음 졸일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야구가 보인다. 남들이 보면 35살이 이렇게 말하면 안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는 40살 넘어서도 잘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빈틈없이 잘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 백업이지만 대기만성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깔끔하게 야구인생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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