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에서 12월 초로 이어지는 이번 주는 정치권,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운명에 큰 획을 긋는 '격랑의 한주'가 될 전망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적 퇴진 압박에 직면한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싸고 정치·사회 분야의 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가면서 밀도 있는 하루하루를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후보 추천 등 3가지의 굵직한 사안이 동시다발로 전개되는 주 무대입니다.
박 대통령 탄핵을 공동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주초에 각 당 초안을 만들어 조율을 거쳐 단일한 탄핵소추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어 30일에 발의하면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이튿날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탄핵안 가결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무소속 의원 172명과 여당에서 이미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 40여명이 합세하면 가결 요건(재적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 찬성)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에서입니다.
탄핵안 처리 절차가 이처럼 일사천리로 이뤄져 통과될 경우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그날부터 국정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대행 체제로 운영됩니다.
야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탄핵안 처리 일정이 다소 늦어져 탄핵 D-데이를 내달 9일로 잡더라도 야권은 이번주 국조와 특검으로 박 대통령을 계속 옥죄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오는 29일까지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로부터 3일 내, 즉 늦어도 다음달 2일까지 특검을 임명한다. 임명 즉시 특검은 90일, 최장 120일간 활동에 착수한다. 특검 수사의 초점은 박 대통령입니다.
국조특위도 오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이번 사태와 관련된 국가기관을 상대로 1차 기관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갑니다.
명예 회복을 벼르는 검찰도 박 대통령이 오는 29일까지 대면 조사를 받도록 최후 통첩한 상태입니다.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상당합니다. 직권남용·강요 혐의 공범으로 입건된 박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뇌물 혐의까지 찾아낼 경우 치명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탄핵안이 부결되는 게 당장 기대할 수 있는 탈출구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국회 내 '호위부대'인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의 위세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친박계는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렸습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탄핵 찬성을 공언하는 등 박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눴습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여러 번 기회를 걷어찬 결과"라고 한 비박계 의원은 27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버팀목인 새누리당이 친박-비박의 전면전과 탈당 행렬로 아수라장이 된 마당에 내각과 청와대에서도 하나둘씩 균열 조짐이 나타나면서 국정 운영의 삼각 축인 당·정·청은 '식물 상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고수하는 데 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논란으로 교육부가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일각에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를 계기로 사표를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마저 나옵니다. 최재경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 역시 최종 반려 방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이 같은 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3차 대국민 담화'가 거론됩니다. 담화를 한다면 시점은 탄핵안 발의 전이 유력합니다. 정치적인 '최후 변론'을 할 기회라는 점에서입니다.
그러나 3차 담화를 하더라도 전날 어림잡아 130만명(주최측 추산)이 촛불로 청와대를 에워싼 포위망을 뚫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역대 최저치를 스스로 갈아치운 불과 4%의 지지율로는 상황 반전을 모색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결국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상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마칠 때까지 국정 공백과 정국의 혼돈은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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