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배터리·태양광, ‘트럼프’ 엎친 데 ‘중국 보호무역주의’ 덮쳐
입력 2016-11-25 14:46 

중국 정부가 태양광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서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LG화학·삼성SDI·OCI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 내 전기차·태양광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안으로 거론됐던 중국 시장도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은 세계에서 중국 시장이 가장 큰 규모로 형성돼 있어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25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 기준에 자국 내 생산량 기준을 추가했고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시작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인증기준을 발표하면서 중국 내 생산량 기준을 기존 0.2기가와트시(GWh)에서 8GWh로 변경했다. 중국 시장에 배터리를 공급해 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중국 안에 공장을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8만GWh는 제너럴모터스(GM)가 출시할 예정인 볼트EV(순수전기차)에 들어간 60킬로와트시(KWh) 배터리 13만3000개와 같은 용량이다. GM은 올해 볼트EV의 판매량을 3만대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LG화학과 삼성SDI의 중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각각 3GWh와 2GWh로 새로운 인증기준을 맞추려면 중국 내 생산 규모를 3~4배는 늘려야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기 시작한 LG화학과 삼성SDI가 중국에 추가로 공장을 지을 여유가 있을지 미지수다.
폴리실리콘 수출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 재조사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2012년 6월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한 뒤 2014년 1월부터 2.4~48.7%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뒤에도 한국산 폴리실리콘 수입량이 줄지 않자 중국 정부가 또 다시 조사에 나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중국 업체의 신청에 의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폴리실리콘 반덤핑 재조사로 인해 현재 2.4%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OCI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OCI는 태양광 관련 제품은 폴리실리콘만 생산하고 있는 데다 최근 경쟁사들과 함께 증설경쟁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OCI는 일본 도쿠야마로부터 연산 2만t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하는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보다는 태양광 발전기 셀과 모듈 생산에 더 집중하는 중이다.
인간에 의한 지구 온난화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친환경 산업인 전기차와 태양광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당장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에 지급되는 세제 혜택이 사라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국 시장의 대안으로 거론됐던 곳이 세계 최대 전기차·태양광 시장인 중국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LG화학·삼성SDI·OCI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문제삼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매력적인 파트너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견제에 나선다는 것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LG화학·삼성SDI가 충족하기 어려운 인증 기준을 내놓은 것은 자국 기업과 한국 기업 사이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배터리 업체가 주춤하는 사이 자국 기업이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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