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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강면욱 석연찮은 선임
입력 2016-11-24 17:50  | 수정 2016-11-24 23:45
올해 2월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을 선임할 당시 본부장 지원자 18명 가운데 강 본부장이 서류평가에서는 중간인 9위를 하고도 면접을 거쳐 최종 낙점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 과정에서 서류평가 1위를 차지한 지원자는 7명으로 압축된 면접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은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제7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 선정을 위한 기금이사 추천위원회 자문위원회의 '지원자별 경력점수 산정표'와 '지원자 제출서류 검토 의견서'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산정표에 따르면 서류평가에서 52.4점을 받아 18명 후보 중 1등 점수를 받은 유 모씨는 7명으로 추려진 2차 관문인 면접에도 오르지 못했다. 반면 서류평가에서 45.0점을 받아 중간 등수인 9등을 한 강 본부장은 사실상 턱걸이로 면접 대상자 7인에 올랐다. 강 본부장은 면접에서는 면접관 6명 전원으로부터 모두 최고점(평균 92.17점)을 받아 7명 가운데 1등을 했다. 2등은 이동익 전 한국투자공사(KIC) CIO, 3등은 정재호 새마을금고 전 CIO, 4등은 공무원연금 CIO를 지낸 권재완 AJ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었다.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종 추천후보 4인 가운데 강 본부장을 최종 낙점했다.
국민연금 측은 "공개된 경력점수 산정표는 추천위원회 서류심사 시 참고자료에 불과한 것이고, 추천위원들은 별도의 점수평가표를 작성하지 않고 협의에 의해 면접 대상 후보자 7명을 선발했다"고 해명했다. 또 강 본부장에 대해서는 "글로벌 자산운용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합리적인 리더십을 갖춰 500조원 국민연금 운용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면접 대상자 선정 및 면접에는 국민연금 기금이사 추천위원회 6인이 참여했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최두환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박종백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태평양 소속), 김현준 보건복지부 당시 연금정책국장 등이다.
서류평가는 이와 별도로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기금이사 추천 자문위원회가 담당했다. 당시 서류평가에 참여했던 한 외부 자문위원은 "서류에서 1등을 한 지원자가 면접 대상에서조차 제외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외압을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시장 안팎에서는 100조원 가까운 대규모 자금 운용 경험이 있는 이동익 전 CIO와 정재호 전 CIO의 선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강 본부장의 선임을 놓고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1년 선배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본부장은 "안 전 수석과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본 적이 없었다"면서 "(안 전 수석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동문 축하연에서 딱 한번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씨의 면접 대상자 탈락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유씨가 이미 두 차례(2011년, 2013년) 지원해 면접에서 탈락한 후보라서 당시 기금이사 추천위원들이 다시 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연금 내부 인사 규정상 과거 지원 경력이 있다고 해서 제외한다는 지침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본부장 역시 2013년 6대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도 지원해 서류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유씨의 경우 2011년 공모 때는 면접에서 탈락했고, 2013년 공모 때는 면접을 통과해 최종후보 4인까지 올랐다가 홍완선 전 기금본부장에 밀린 바 있다. 당시 외부 서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또 다른 관계자는 "유씨의 경우 다양한 이력을 갖췄지만 자산운용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야당은 올해 초 국민연금 CIO 인사 관련 의혹도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제세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청와대 등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있었는지 철저히 수사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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