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최초 발생한 곳으로 알려진 충북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 23일 오전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방역통제중이란 커다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방역복 차림 사람들이 마을 곳곳 축사에 약품을 뿌리고 차량을 소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입구부터 매케한 포르말린과 시체썩는 듯한 냄새가 코를 ‘확 찔렀다. 텅빈 양계장을 넋 나간 듯 바라보던 축사주들은 ‘한숨을 연신 푹푹 내쉬었다.
이 곳 오리·닭농장 주인 정모씨는 최초 신고가 들어간 게 며칠 짼데 그저께 되서야 살처분이 모두 끝났다”며 당국에서 살처분 반경을 확정하는 데만 2~3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방역당국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우왕좌왕 하다 여기저기 번지기 시작하니까 살처분 반경을 500m에서 3km까지 뒤늦게 확대했다”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고 있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AI는 그동안 국내에서 출현하지 않았던 고병원성AI인 H5N6형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게 특징이다. 방역당국은 철새에 의해 전파됐고 사람과 차량에 의한 2차 전파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지역 축산주들 주장은 다르다.
음성지역의 경우 오리농장에서 최초 발병신고가 지난 16일날 접수됐다. 이틀이 지난 지난 18일 방역당국은 500m 살처분을 끝냈고 이후에도 신고농장이 계속 늘어나자 이틀 뒤인 20일 다시 살처분 범위로 3km로 확대했다. 방역당국이 살처분에 따른 보상액을 줄이려고 소극적인 대응을 해 피해를 키웠다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충북 AI방역대책 상황실 관계자는 무작정 살처분 반경을 광범위하게 정할 수는 없지 않냐”며 최초 신고된 양성농장 인접한 곳만 해석을 좁게 해서 예방차원의 살처분을 하다가 계속 신고가 들어와서 범위를 확대해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역 농민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초동방역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H5N6형 바이러스는 이미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대유행하며 국내 전파 가능성이 높았지만, 지난달 28일 철새 분변에서 최초 발생하고 21일이 지난 지난 18일에서야 정부가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하는 등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23일 현재 전남 해남, 충북 음성, 전남 무안, 충북 청주 등 4개 지역서 고병원성 AI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수도권에서도 지난 20일 경기 양주 양계농장에서 의심축이 신고됐고 이어 경기 포천시에서까지 22일 의심신고가 이뤄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포천시는 전국 최대의 양계농가가 모여있으며 지난해 AI가 2차례 발생해서 닭 18만 마리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특히 내륙지방에서 서식하는 야생 텃새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돼 전국적인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강원도 원주에서 채취한 수리부엉이 폐사체 시료에 대한 AI 정밀검사 결과 H6N6형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수리부엉이는 지난 16일 검역본부가 야생조류 매개 질병 공동연구를 위해 강원대 야생동물구조센터를 통해 접수한 시료다.
앞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내려졌던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 등의 야생조류는 경우 모두 서해안 지역의 겨울 철새였지만, 이번에 확진된 수리부엉이의 경우 계절적 이동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텃새다. 국내 텃새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건 이미 전국적으로 AI가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AI가 수도권까지 확산양상을 보이자 뒤늦게 위기경보를 격상하고 비상대응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경기 포천에서 AI의심축이 신고됨에 따라 가축방역심회의회 서면 심의를 통해 위기경보를 현재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높였다고 밝혔다.
위기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 등 4단계로 구성돼 있다. 경계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전국 모든 시·도(시·군)에 방역대책본부와 설치실이 설치돼 운영된다. 농식품부는 24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해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일시이동중지 추가명령 발동과 철새관련 추가적인 방역대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동철 기자 / 충북 음성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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