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출 안 되는 서민들 ‘한숨만’…틈 노린 연리 4300% 불법 사채도
입력 2016-11-22 15:56 
주택가에 뿌려진 불법 사금융 전단.

#22일 서울의 다세대 주택가. ‘당일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자영업자 우대가 쓰여진 전단지가 골목 곳곳이 뿌려져 있다. 한켠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대출을 광고하는 명함 전단지가 대문 틈을 비집고 꽂혀 있다. 길 모퉁이에 주차된 트럭 차창 사이에는 ‘무조건 대출이라고 큼지막하게 써 놓은 일수 전단지가 바람에 날려 떨어질 듯 말 듯하다.
모두 불법 사금융 전단지들이다.
또 다시 불법 사금융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로 서민 주택가, 재래시장 등을 중심으로 불법 사금융 전단지가 뿌려지고 있는데, 급전 대출이 막힌 저신용·서민들이 영업 대상이다.

특히 지난 3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27.9%로 인하된 이후 수익성 악화로 폐업한 대부업체들이 음성화하면서 불법 사금융 시장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대출 잔액 100억원에서 400억원에 달하는 대부업체 3곳이 폐업했으며, 50억원 이하 업체도 3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대부업체 관계자는 배운 게 대부업인데, 폐업했다고 해서 대부업을 접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열에 아홉은 불법 사금융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폐업한 대부업체 규모로 볼 때 약 1000억원의 자금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본다. 학계에서는 이 시장 규모를 12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일각에서는 이 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고금리 인하 여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부업체 마저 돈 죄기에 나서면서 ‘돈 가뭄을 견디다 못한 저신용·서민들은 살인적인 금리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채를 쓴다.
실제 올 들어 77명에게 3억6000만원을 빌려주고 1억2000만원 상당의 이자를 수취한 불법 사채업자 17명이 적발됐다. 이자율로 따지면 연 4300%에 달한다.
또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75개 주요 대부업체의 9월말 기준 평균 대출 승인율은 14.2%로 대출 10건당 1.4건꼴로 승인했다. 열에 아홉은 대출이 거절된다는 얘기로 대출 문턱이 높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부의 집중 단속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불법 사금융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두 달 동안 관계부처 합동으로 실시한 ‘불법 사금융 일제신고 및 특별단속에서는 금융감독원 피해신고센터 등에 2만1291건의 상담·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소위 제도권 금융에서 서민들의 자금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이들의 초과 자금 수요가 불법 사채시장을 형성하고 이에 따른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서민금융제도를 통해 저신용·서민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좀처럼 축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제도 운영이 상환 가능성 등을 감안해 연체자의 경우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신용등급 8~10등급은 사실상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K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신용 8~10등급은 281만명에 달한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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