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어릴 때 ‘전신마취’할수록 머리 나빠진다
입력 2016-11-22 13:47 
- 200만 명 어린이 집단 분석, 마취 횟수 따라 학업 성취도 벌어져


‘전신마취가 머리를 나쁘게 한다는 소문은 그동안 동물실험이나 소규모 집단으로 대상의 연구가 많아 사실로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200만 명의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돼 앞으로 소아 전신마취 수술 시행에 적잖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마취 횟수 많을수록 학습능력 나빠져
스웨덴 카롤린스카병원 피아글라츠 박사연구팀은 1973~1993년 사이에 출생했으며 정규교육을 수료한 16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중증장애 제외)으로 전신마취에 따른 언어 및 공간인지 테스트를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4세 이전 1건 이상 전신마취수술 경험이 있는 3만3514명과 16세 이전까지 마취수술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 15만9619명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4세 이전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그룹이 16세가 되었을 때 대조군보다 학업성취도 ·IQ 점수에서 각각 0.41%, 0.97% 떨어졌다.


전신마취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성향은 더 심해졌다. 실제 마취를 2번 받으면 대조군보다 학교성적이 평균 1.41% 낮았고, 3번 이상이면 성적은 1.82%로 점점 뒤떨어졌다. IQ는 3%나 차이가 났다.

한편, 해당 논문은 지난 11월 7일 전 세계적으로 저명한 미국의사협회 소아청소년과 학술지인 JAMA Pediatr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 간단한 수술이라면 가급적 전신마취 피해야
이번 연구는 16세 때의 학업 성취도를 4세 이전 전신마취 횟수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이기에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출생해 같은 교육 커리큘럼을 수료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결과인 만큼 어느 정도 전신마취에 대한 소문을 잠식시킬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연구에 대해 피아글라츠 박사는 전신마취에 따른 징후에 의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심각한 합병증과 신경외과적 수술, 심장 흉부, 암 등과 같은 수술은 포함하지 않았다”며 입원 경험이 있는 어린이는 모두 제외했기 때문에 수술 후유증이나 합병증의 잠재적 영향을 최대한 줄였다”고 강조했다.

전신마취에는 대부분 흡입마취제와 아산화질소가 사용된다. 이들 제제는 두뇌에 산소결핍증을 일으켜 일시적 기억상실, 환각, 환청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의 뇌는 시냅스(synapse)를 포함해 주요 신경회로들이 생성되는 시기여서 전신마취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미국서 발표한 연구에서도 만 2세가 되기 전에 전신마취한 아이의 경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신경정신약물학 저널에서도 전신 마취가 신경연접형성을 위한 적절한 균형을 바꾸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뉴런 신호에 항상성을 방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소아와 이비인후과적 수술이나 탈장 등 부분마취로 가능한 간단한 수술은 가능한 전신마취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병원에선 부분마취로 소아탈장수술을 하거나 유아 탈장수술은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 매경헬스 김충식 기자 ] [ mkludacris@mkhealth.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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