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랑스서 고급와인 파는 CEO, 한국 대형마트 진출한 까닭
입력 2016-11-21 13:19  | 수정 2016-11-21 15:31

한국 대형마트에서 이렇게 훌륭한 와인을 볼 줄 몰랐어요. 점포마다 와인 어드바이저(adivisor)가 있다니요! 이런 시스템은 당장 프랑스 마트에도 도입을 해야해요”
프랑스와 달리 마트 점포당 한명씩 있는 와인 어드바이저가 손님에게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하며 전문가 이상의 설명을 하자 로난 라보르드(36·사진) 샤또 클리네 대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품질의 와인 셀렉션부터 진열 방식까지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마음을 훔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로난. 그는 홈플러스와 손잡고 21일부터 단독으로 보드로산 와인을 한국에 판매키로 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로난 바이 클리네를 선보인 만큼 어느 때보다 흥분되고 자신감이 넘쳤던 그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랑스의 전통적인 와인산지인 보르도에서도 젊은 CEO에 속한다는 그는 로난 바이 클리네에 대해 보르도에서 온 ‘젊은 맛”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36살인 그는 지난 1998년 아버지가 샤또 클리네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의 고급 프리미엄 와인들은 최근 신대륙의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도전장을 받고 있어요. 전통적인 것만을 추구해선 경쟁력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전 보르도 와인에 제 이름을 따 모던하고 세련된 젊은 감각을 덧입히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가 포도밭을 경작하는 방식은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가령, 트랙터로 밭을 갈던 것에서 말이 직접 토양을 갈게 하거나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포도 재배부터 수확까지 모두 수작업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했다. 이같은 고루한 방식에 주변에서도 다들 비웃었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이냐며 말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보르도 지역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포도밭과 나무의 ‘나이를 고려해야한다고 말했죠. 트랙터로 밭을 갈면 그 충격이 어마어마한데, 민감한 땅에서 이를 최소화하려면 기계 보다는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포도밭을 마치 사람처럼 대하는 그는 ‘자연 존중을 경영철학 1번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 역시 포도를 수확해 와인 메이킹 작업을 하는 순간부터는 최첨단 설비를 이용했다. 불어로 ‘마세라시옹(Maceration) 즉 발효 전후와 도중에 포도 껍질과 포도즙을 일정시간 함께 담가 색깔과 향기, 맛을 추출해 내는 과정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단계별로 온도조절이 가능한 탱크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국 와인 품질의 80%이상은 이미 포도를 따자마자 결정된다고 보는 로난은 포도 자체의 최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 방식을 계속 고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실 모던하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는 마케팅을 통해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어요. 대신 그 품질이 최고로 보장될 때 가능한 일이죠. 그럴려면 친환경과 최첨단을 동시에 추구해야 해요. 제가 최고의 품질을 가진 로난 바이 클리네와 같은 와인을 선보일 수 있는 이유죠.”
그런 그의 노력은 와인 전문가들의 호평으로 돌아왔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평론가 중 한명인 제임스 서클링은 이런 샤또 클리네 와인에 대해 입안 가득 풍부하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농축미와 우아함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매거진인 ‘와인스펙테이터에서는 신선하고 살랑거리는 느낌의 와인”이라고 했다. 모두다 CEO가 젊다고해서 와인의 깊이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평가들이었다.
1년에 단 5만5000여병 정도의 와인만을 생산하는 샤또 클리네는 주로 임페리얼 호텔, 콘래드 호텔 등 5성급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통해 세계 40여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1년에 생산되는 수량이 워낙 적다보니 가격이 비싸 럭셔리 아이템에 가깝다.
‘로난 바이 클리네 역시 한국에서 대기업 회장들 사이 VIP 선물용이나 한 항공사의 비즈니스석에서 일부 제공된 바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이는 것은 홈플러스가 처음이다.
로난은 보르도에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와인 명가의 와인을 1만원 대에 소싱해 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능력”이라며 지난 15년간 놀라운 성장을 이룩해 온 아시아 와인 시장과 함께 자라온 세대로 한국에 진출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들여온 로난 바이 클리네는 레드와 화이트 두 종류다. 레드의 경우 멀롯(포도나무 종류의 한 가지) 100%로 만든 와인으로 체리와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와 페퍼향이 잘 어우러진 와인으로 통한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을 자랑해 오리고기, 닭요리, 담백한 스테이크 등과 잘 어울리며 치즈나 가벼운 크래커와 즐기기에도 좋다.
화이트는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블렌딩한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으로 꼽힌다. 유자와 자몽향, 열대 과일향이 풍성한 가운데 신선한 시트러스의 풍미와 과육의 풍미가 매력적이라고 로난은 강조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에서는 프랑스와 달리 보통 와인을 식사 후 단독으로 즐기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런 문화가 오히려 소비자들이 와인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로난은 비록 국가는 다르지만 아시아만의 특별한 와인 문화를 존중한다”며 와인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자 의견을 나누고 나아가 문화를 나누고 맛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로난 바이 클리네는 보르도에서 온 완벽한 품질, 훌륭한 가격을 지닌 가성비 좋은 와인”이라며 연말을 맞아 이런 와인을 통해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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