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측과 북핵우선·한미공조 '총론' 공감…"한미 간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
입력 2016-11-19 15:29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측과 북핵우선·한미공조 '총론' 공감…"한미 간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



우리 정부 대표단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진영의 핵심인사로부터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핵을 우선 순위로 다룰 방침을 확인받은 것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위협이 커졌다"며 "차기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뤄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미 간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조태용 차장을 통해 전해진 이 같은 플린 내정자의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관련 최고위 참모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안보 현안 중 북핵 문제가 러시아와 중동 문제 뒤로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 발언은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플린이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언급한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국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따라서 조태용 차장 일행의 방미 협의를 통해 한미는 미국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양국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핵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룬다는 '총론'에서 의견일치를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라인이 정비된 뒤 윤곽을 드러낼 '각론', 즉 어떻게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론'입니다.

현 버락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한미 양국의 긴밀한 조율 속에 이뤄지고 있는 대북 제재·압박을 통한 해결 기조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지될 것이냐가 관건인 셈입니다.

외교가는 플린 내정자의 대북 원칙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비역 중장 출신인 플린 내정자는 DIA 국장 시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봤던 인물로서 우선 북핵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지 2개월 후인 2013년 4월 그가 이끈 DIA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현재 탄도미사일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어느 정도 자신있게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DIA는 "다만 (무기의) 신뢰도는 낮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북한 핵무기 경량화를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또 플린은 2013년 4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은 더 이상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에 나설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북한은 국가안보를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이어 플린은 지난달 13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데 이어 같은달 21일에는 한국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핵능력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대북 기조를 밝혔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19일 "플린은 굉장한 원칙주의자로 알고 있다"며 "북핵 문제와 핵 비확산 문제에 강경하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플린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어떠한 가능성이든 열어 둔다는 입장이며, 현 상황에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이란 핵합의를 통한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완화를 강력 비판한 트럼프와 대북 원칙론자인 플린의 그간 발언으로 추론하면 미국 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안이한 타협책을 택하기보다는 우선은 제재와 압박을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리라는 예상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숨구멍'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제재와 압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점, 대북 선제 타격의 현실성에 대해 미국 공화당 강경론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런 점에서 조태용 차장이 플린 내정자에게 "비핵화 대화의 문이 열리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후 우리 정부가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않던 터에 '비핵화를 의제로 한 대화는 하겠다'는 뜻을 미국의 새 행정부를 향해 제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북한이 '핵군축회담' 등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회담을 거론한다면 수용할 수 없지만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화에는 나설 수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결국 북핵 대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준을 미국 차기 행정부 측에 전달하는 한편 향후 변화무쌍하게 전개될 북핵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밑돌'을 깐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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