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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개인 시상식, 美 기자들의 표심은?
입력 2016-11-19 09:45 
마이크 트라웃은 하위권으로 떨어진 팀 성적에도 MVP를 받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개인상은 올해의 신인과 올해의 감독, 사이영상, 그리고 MVP다. 이 상들은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에서 기자단 투표로 수상자를 정한다.
수상 결과는 매년 많은 화제와 얘깃거리들을 낳는다. 투표 과정 자체가 화제다. 이 투표에 참가한 기자들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뒤 자신의 투표 내용을 설명하는 칼럼을 쓰기도 한다.
그리고 2016년은 이 투표과정에 유난히 논란이 많았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최종 후보 발표 때부터 이번 시즌 단 한개의 블론 세이브도 기록하지 않고 47개의 세이브를 올린 잭 브리튼(볼티모어)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최종 결과가 발표된 뒤에도 한 선수 여자친구의 도발성 트위터가 수상 결과보다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같은 리그 MVP는 하위권 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상을 줘야하는지 여부가 논린이 됐다. 이번 메이저리그 개인상 선정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과 그 결과를 모아봤다.
53경기 뛴 산체스, 신인왕 자격 있나?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주인공은 뉴욕 양키스의 개리 산체스였다. 팀이 리빌딩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후인 8월 4일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53경기에서 타율 0.299 출루율 0.376 장타율 0.657 20홈런 42타점으로 엄청난 활약을 했다. 기존 주전 포수였던 브라이언 맥칸을 지명타자로 밀어낸 그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그러나 BBWAA 기자들의 선택은 명료했다. 짦은 기간 강한 인상을 남긴 산체스보다 시즌 내내 꾸준히 뛰었던 마이클 펄머(디트로이트)를 선택했다. 30인의 투표인단 중 26명은 펄머를 1위로 택했고, 산체스를 1위로 택한 이들은 4명에 불과했다. 산체스는 위트니 포드(1950), 케빈 마스(1990), 마쓰이 히데키(2003), 로빈슨 카노(2005)에 이어 올해의 신인 2위에 오른 양키스 선수로 남았다.
개리 산체스는 짧은 기간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올해의 신인은 받지 못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2개월 결장하고도 WAR 1위한 커쇼
LA다저스 선발 투수 클레이튼 커쇼는 허리 부상으로 2개월을 쉬면서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21경기에서 12승 4패 평균자책점 1.69의 성적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완봉도 지난 시즌과 같은 세 차례나 기록했다. '팬그래프스'에 따르면, 남들보다 2개월 덜 뛴 커쇼는 6.5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노아 신더가드(메츠)와 함께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커쇼가 사이영상 투표 최종 3위 안에 들 거라고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커쇼에게 1위표가 2개나 간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그만큼 그의 모습이 강렬했던 것. 그에게 1위표를 던진 기자 중 한 명인 팬그래프스의 데이브 카메룬은 "다시 한 번 커쇼는 2016년 지구상 최강의 투수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가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약간 덜 완벽한 풀시즌대신 짧더라도 완벽했던 시즌을 지지하는 소수가 되기로 했다. 전체적인 가치로 보면, 커쇼는 여전히 40~80이닝을 더 던진 투수들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커쇼가 허리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가 없었다면, 사이영상 주인공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사진=ⓒAFPBBNews = News1
ERA? 다승? 탈삼진?
'최고의 투수'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2016년 사이영상 투표는 그 기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 자리였다. 양 리그 모두 콕 집을 만한 강력한 수상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는 다승(20승)과 탈삼진(284개)에서 1위를 차지한 맥스 슈어저(워싱턴)가 평균자책점 1위(2.13)를 기록한 카일 헨드릭스(컵스)를 제치고 사이영상을 받았다. 1위표 25개를 얻으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는 조금 더 복잡했다. 다승 1위(22승) 릭 포셀로(보스턴)가 탈삼진 1위(254개)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를 제치고 사이영상에 뽑혔다. 이 투표 결과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처럼 논란을 빚었다. 벌랜더가 14개의 1위표로 포셀로(8개)보다 더 많은 1위표를 받았음에도 총점에서 5점이 밀려 사이영상을 포셀로에게 내줬다. 이에 벌랜더의 약혼녀인 케이트 업튼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투표한 기자들을 맹비난했고, 벌랜더는 "그저 나를 뽑아준 기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는 4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54로 압도적인 성적을 남긴 볼티모어 마무리 잭 브리튼이 4위에 그치며 또 한 번 논란을 낳았다. 브리튼도 3위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 3표)보다 많은 5개의 1위표를 받았지만, 총점에서 72점에 그쳐 98점을 얻은 클루버에 밀려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외면받았던 브리튼은 MVP 투표에서 8위표 1개, 9위표 3개, 10위표 2개로 11점을 획득, 투수 중 가장 높은 1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 세일(화이트삭스)이 16위, 벌랜더가 18위, 클루버가 20위에 올랐다. 사이영상 수상자 포셀로는 표를 받지 못했다.
이번 수상자 발표 기간 가장 화제가 됐던 커플. 사진=ⓒAFPBBNews = News1
하위팀 선수 트라웃이 MVP?
논란의 '끝판'은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였다. 이번 시즌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탈락한 LA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 MVP로 선정되면서 논쟁이 일었다. 타율 0.315 OPS 0.991 29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하위권 팀의 트라웃은 타율 0.318 OPS 0.897 31홈런 113타점을 기록한 지구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무키 벳츠를 45점 차로 제치고 MVP가 됐다. 1위 표에서 트라웃이 19개, 벳츠가 9개를 받았다.
투표에 참가한 기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가 MVP 투표에 참가한 기자들의 의견을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트라웃을 1위로 뽑은 '시애틀 타임즈'의 래리 스톤 기자는 "다른 선수가 더 나은 팀동료들과 함께 있다고 해서 트라웃이 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선택을 했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수잔 슬러서는 "두 선수가 비슷했다면 팀 성적을 고려했겠지만, 벳츠가 트라웃과 비슷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라웃이 조금 더 나았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벳츠에 표를 던진 '볼티모어베이스볼닷컴'의 댄 코놀리는 "순위 경쟁의 부담이 더 심한 상황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며 팀 성적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역시 트라웃을 뽑지 않은 '뉴욕 데일리뉴스'의 마크 파인샌드 기자도 "트라웃은 5월 1일 이후 의미 있는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기자들에게서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만은 알아두자. 기자들도 사람이고, 사람이 하는 일에 완벽한 것이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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