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황에 투자할곳 막막하니…"빚이나 갚자" 대기업부채 `뚝`
입력 2016-11-17 17:43  | 수정 2016-11-17 20:16
국내 30대 기업들의 부채 총액이 1년 전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최근 5년 새 상승 추세였던 기업부채 역시 꺾인 것이다.
17일 매일경제신문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3분기 부채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20조원) 줄어든 487조원을 기록했다. 2011년 431조원을 기록한 후 2012년(453조원)에 이어 2013년(464조원)에도 늘어났다. 2014년(451조원)에 소폭 감소했지만 2015년에는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507조원까지 늘어나는 추세였다.
1년 새 부채를 1조원 이상 줄인 기업은 30대 기업 중 10곳이나 됐다. 이 중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부채 감소폭이 눈에 띄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 동안 6조3537억원이나 부채를 줄였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각각 5조9452억원, 2조5188억원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현대모비스 역시 4조811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어 KT(1조6219억원), 효성(1조4666억원), SK하이닉스(1조4134억원), 포스코대우(1조4025억원), SK이노베이션(1조3418억원), 현대제철(1조871억원) 순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라도 줄여 부담을 덜자는 분위기"라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일단 재무건전성을 높인 후 기회가 오길 기다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중금리가 바닥이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나아진 환경도 기업들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삼성,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2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2조7200억원)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무건전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된다"며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투자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되거나 망가진 회사를 지켜본 기업들이 미래에 도전하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는 길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진호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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