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끝 16년 만에 무죄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됐다"
입력 2016-11-17 14:45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무죄 / 사진=연합뉴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 끝 16년 만에 무죄 "부끄럽지 않은 아빠 됐다"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서 좋습니다."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목격자 최모(32·당시 16)씨는 16년 만에 마주한 진실 앞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강압수사와 진범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에서 광주고법 제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는 이날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최씨에게 "지난 날의 아픔은 털어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며 "고생 많았다. 이제 돌아가도 좋다"는 마지막 말을 전한 순간 법정에서는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가족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축하와 격려를 건넸지만 최씨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받아든 진실이 실감 나지 않는 듯 담담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모친이 팔에 기대어 눈물을 훔칠 때도 최씨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많은 분이 도와줘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겠다"고 16년 만에 누명을 벗은 소감을 밝혔습니다.

최씨는 "뭐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냥 형식적인 것 같고 오늘이 오기까지 어떻게 살았다고 표현하기 어렵다"며 지난날의 고통을 대신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출소하고 무슨 일을 하려 할 때마다 붙은 살인 꼬리표"라고 떠올렸습니다.

자신을 폭행하고 잘못된 수사를 했던 검찰과 경찰을 향해서는 "돌아가신 분은 진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사과 한마디, '미안하다'는 한 마디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검찰 항소도 남아있고, 변호사님과 약속한 것도 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저처럼 힘든 분들 많이 돕고 살겠다"고 밝혔습니다.

10대 소년에서 가장이 된 그는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돼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최씨는 "다른 길로 가려고 하면 박 변호사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진범을 찾아낸) 황 반장님도 마찬가지"라며 "재심을 안 한다고 했을 때 저 찾아와서 애써주시는 분께도 감사드리고 싶다"며 도움 준 이들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였던 최씨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로 구속기소돼 2001년 2월 1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는 그해 5월 광주고법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되자 상고를 취하하고 10년을 꼬박 복역했습니다.

경찰은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던 최씨가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이다 흉기로 살해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그가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2년 8개월이 흐른 2003년 3월 군산경찰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접했습니다.

최씨는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 행위를 당한 점 등을 들어 2013년 광주고법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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