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줄곧 하락하던 국제유가가 급반등하면서 향후 유가의 방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은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49달러(5.8%) 뛴 배럴당 45.8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10일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환경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내 전통적인 화석연료 생산을 늘린다는 정책을 주장해 국제유가의 하방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16일 국제유가는 이달 말 OPEC정례회의 생산 감축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7개월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한 만큼 트럼프 당선이후 유가가 하락한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향후 유가밴드는 배럴당 40달러~50달러 중반 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합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며, 그렇다면 기존의 과잉공급 원유시장이 수요우위로 바뀌게 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중반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감산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급격히 유가가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도 영구적 합의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어차피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다시 감산합의에 돌입할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감산 합의라는 표현자체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현재 일별 3365만배럴 수준인 산유량을 3250만~3300만배럴 수준으로 감축시키자는 게 이달 말 OPEC 정례회의의 목적이긴 하지만, 지난해 3000만 배럴로 정해져 있던 쿼터를 이미 산유국들이 초과생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즉 쿼터 자체로만 보면 산유국들의 생산여력은 늘어나게 된다.
향후 쿼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렇다할 제재수단이 없어 OPEC 정례회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면서 그보다는 수요를 짐작할 수 있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지표, 셰일 기업들의 채굴에 영향을 주는 미국 금리, 원자재를 직접적으로 결제하는 수단인 달러화의 향방 등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디지털뉴스국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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