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6개 회사로 분할하기로 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을 모은다. 현대중공업측은 독립경영과 책임경영 등을 위한 사업분할이라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신설되는 ‘현대로보틱스(가칭) 아래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6일 증권가와 재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사업분할 결정은 현재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를 정점으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로보틱스가 매출액은 46000억원 규모이지만 자사주 13.4%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몽준-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의 단순한 지주사 체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주주와 아산사회복지재단 등 공익재단은 현대중공업 주식 13.3%를 보유하며 1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이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CEO 스코어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대주주 일가가 매입해 순환출자를 끊기 위해서는 약 800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될 경우 대주주는 현대로보틱스 지분 40% 이상을 확보하는 동시에 순환출자도 해소하며 그룹 전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물론 50% 이상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대주주 일가의 추가 지분 확보는 불가피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정몽준 회장이 보유하게 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출자하면 정 회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10.15%에서 40%대로 상승해 지주사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며 다만 이 단계까지 얼마나 빠른 시간내에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체제로 가는데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이 연구원은 지주사로 갈 경우 손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은 증손회사(현대미포조선) 주식을 100%로 보유해야 한다”며 현재 42.34%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거나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본업인 조선업에 집중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등 조선3사와 현대로보틱스만 남기고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사업부)과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사업부) 지분은 시장에 매각에 현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옛 현대중공업에서 분리·신설되는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는 내년 2월 주주총회와 상장심사 등을 거쳐 빠르면 5월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는 지금처럼 울산에 본사 인력·장비를 유지할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는 대구 테크노폴리스에 8만㎡ 공장을 증·개축해 내년 2월 본사와 공장 이전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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