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박근혜) 지도부가 성난 민심에도 불구하고 당안팎의 퇴진요구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비난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혀왔으나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의 검찰 수사 연기 요청에 발 맞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6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르면 12월21일, 늦어도 26일에는 당 대표를 사퇴할 것이지만 그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면서 1년8개월의 임기를 반납하고 앞으로 약 한달 동안 여러 정치 현안을 수습하는 데 역할하고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주류에 대해 그 어떤 누구도 책임당원과 일반당원의 권한을 뺏을 수도 무시할 수도 없고 그런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각자의 언행을 신중하게 했으면 하는 것이 당 대표로서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또 평상시 참여 안하다가 일터지니 사퇴하라 하는 것은 책임없는 자세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회의 직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 대표는 재창당을 주장한 당내 비주류가 ‘3김 시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비주류가) 개혁과 쇄신, 재창당을 이야기하는데 구두로 끝나고 실현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런 것을 실현할 중진들도 없다”고 개혁의지를 폄하했다. 이어 3김 정치의 전형적 사고와 목표에 그대로 익숙해 있고 핏속까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아무리 쇄신을 이야기하더라도 3김 정치에 오염돼 더이상 깨끗해질 수 없으며 도로 3김 정치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당의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총합이 10%도 안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그들은) 자산이고 보배들입니다. 큰 인물로 큰 정치인으로 잘 처신하고 행동해달라고 하는 덕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친박계 인사들도 당 지도부를 거들며 비주류와 전투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오랜만에 공식회의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지도부가 아무런 대안없이 그냥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대위 구성 주장을 하지만 비대위도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것이지 마르고 닳도록 계속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 대표의 내년 1월 전당대회 로드맵에 대해서는 계파적인 문제 아니고, 당이 매우 위급하고 대형 정치 일정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수권 가능한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충정에서 나온 얘기”라면서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도 대통령 하야는 현시점에서 국가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고 당내 문제는 이 대표가 제안한 전대를 통해 해결하는 게 당헌·당규상 맞다”고 밝혔고 이주영 의원도 당이 절대 분열해서 안되고 대통령이 탈당한다고해서 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젊고 참신한 30대 지도부가 비대위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세대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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