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조사일정놓고 靑-檢 줄다리기…16일 조사 어려울듯

청와대가 15일 변호인을 통해 검찰조사가 충분히 이뤄진뒤 박근혜 대통령이 조사를 받는게 맞다고 본다”고 밝혀 청와대와 검찰이 수사일정 등을 놓고 밀고 당기기에 들어갔다.
일단 애초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공언한대로 늦어도 16일까지 박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비선실세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구속)의 구속 만기가 오는 20일이어서 이번주 내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해 졌다.
검찰으로선 늦어도 20일까지 최씨를 구속기소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최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 조사 내용을 포함하지 못하면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최씨 수사를 마무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모금 강요와 관련한 최씨의 직권남용 혐의는 박 대통령 조사 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그러나 박 대통령을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날 유영하 변호사(54·사법연수원 24기)를 박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본격 수사 대비 체제에 돌입했다.
유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직무 수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 임기 중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어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 장치, 내란과 외환의 죄가 아닌 한 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대통령은 주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따른 국민적 분노와 질책을 통감하고 비판을 묵묵히 받아들이려 한다”며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가슴 아파 한다”고 박 대통령의 현재 심정을 전했다.
유 변호사는 검사 경력이 화려하진 않지만 2007년 대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해 온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다. 따라서 검찰 조사에 입회해 박 대통령이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줄 적임자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큰 틀의 대응 전략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의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54·17기)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청와대 현직 참모진이 나서 검찰과 박 대통령 조사 시기를 조율하거나 조사에 입회하는 등 절차에 참여하기 어려운 만큼 박 대통령에게 익숙하면서도 ‘로열티가 강한 변호인 선임이 필요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검찰 수사는 향후 박 대통령의 거취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청와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청와대 참모는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거나 최씨 공소장에 대통령 혐의를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할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탄핵 논의가 점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수사 시기와 전략을 놓고 대책을 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먼저 시기와 관련해 청와대는 최소한의 시간여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첫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인데다 유 변호사가 15일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만큼 변론에 필요한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검찰의 이해를 구했다. 청와대는 가급적 다음 주 적절한 시기를 희망하는 가운데, 검찰이 끝내 이번 주를 고집한다면 이번주 후반 정도로 절충점을 찾길 바라고 있다.
검찰 조사에 대응한 청와대 기본 전략은 일단 ‘통치행위 강조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한 박 대통령 업무지시는 문화융성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국정수행 과정의 하나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박 대통령이 최씨 등 측근의 위법 행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도 강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본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이라도 16일 조사할 준비는 돼 있다”면서도 박 대통령 측이 조사 날짜를 늦추겠다면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대통령 조사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에 맞춰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일단 (최씨 등) 구속된 사람들을 기소하는 게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 전지성 기자 /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