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패션업체들이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탄탄한 유통망과 브랜드력을 앞세운 신흥 패션업체들의 부상으로 업계 세력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패션업계 ‘빅3로 꼽히는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패션)은 저성장·장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이들의 매출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데다 헤지스, 빈폴 등 대표 브랜드 이후 이렇다 할 '메가 브랜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업계 신흥강자로 떠오른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각각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라는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 아래 유통망 선점과 차별화된 매장 콘셉트를 무기로 선전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10% 늘어난 1조52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또한 25.6% 증가한 199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제일모직), LF, 코오롱스포츠에 이어 ‘패션 1조클럽에 가입했다. 올해 매출도 긍정적이다.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7289억원, 영업이익은 116억원으로 3년사이 최대 수익을 내고 있다. 이 기세라면 코오롱패션(1조1516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독자 브랜드 라인을 연달아 론칭하며 외형적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온라인몰인 SI빌리지닷컴을 포함 10개 신규 브랜드를 선보였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라르디니를 시작으로 자체(PB)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 여성복 브랜드 ‘V라운지, 스포츠 브랜드 ‘스타터, 잡화 브랜드 ‘폰타나밀라노1915 등 품목을 가지리 않고 출시했다. 대형 패션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브랜드를 철수하는 등 몸질을 줄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한섬 또한 업계 빅3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한섬은 과감한 브랜드 투자와 함께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계열사 유통채널과 협력시스템 구축하고 내부 조직 개편을 통해 경영효율화를 이루는 등 업계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섬이 보유한 ‘타임, ‘시스템, ‘SJSJ 등 9개의 자체브랜드와 ‘랑방, ‘지미추 등 해외 라이센스 브랜드의 주력 소비자가 여성 소비자임을 고려할 때 백화점과 홈쇼핑 채널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됐다는 것. 실제 인수 이후 론칭한 잡화 브랜드 덱케나 랑방컬렉션 액세서리, 더캐시미어 등은 신규 브랜드임에도 각 계열 백화점, 아웃렛에 연이어 입점하며 ‘자리잡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한 ‘노세일 전략을 고수하며 브랜드 색깔과 정체성을 강화한 점 역시 브랜드 선호도를 끌어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한섬 매출은 2013년 4626억원, 2014년 5100억원에서 지난해 6158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두자리수 성장률을 이어왔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약 18%가까이 성장한 4650억원이다. 일반적으로 3분기가 패션업계 비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4분기 성수기 매출을 합산하면 올해 시장 예상치인 73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현재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SK네트웍스 패션부문(지난해 매출 5652억원)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1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불어나 LF와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보인다.
승승장구하며 기세를 펼치는 이들과 달리 빅‘3로 업계 강자로 군림하던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패션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F는 올해 질바이질스튜어트와 일꼬르소의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한데 이어 내실 경영·수익 안정화를 이유로 대규모 외형 투자는 잠시 미뤄둔 상태다.
삼성물산 패션의 상황을 이보다 심각하다. 지난 7월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핸드백 브랜드 ‘라베노바의 사업을 철수하고 브랜드 간 통·폐합을 단행하는 등 실적 개선에 나섰다. 올 3분기 매출 또한 39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16% 줄어들었고, 영업손실 140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의 선전이 패션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면서 전통적인 패션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자체 패션기업이 유통망확보와 생산·유통체제 일원화라는 저비용 시스템을 만들어 내면서 앞으로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패션업체들의 고전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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