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등친 해커…도박홍보사이트 가로채 월1억 수입

‘뛰는 범죄자 위에 나는 해커 있다.
다른 범죄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도박 홍보사이트를 해킹해 6개월 만에 6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커 최모 씨(23) 등 3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필리핀에 있는 해커 김모 씨(23) 등 2명을 수배했다.
최씨 등은 올해 3월 필리핀에 있는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인터넷 도박 홍보사이트 4개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빼앗은 뒤 지난 8월까지 운영해 6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원래 운영자인 것처럼 회원들을 관리하며 홈페이지별로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 8∼12개를 게시하면서 개당 월 150만∼500만원의 홍보비를 받아 한 달에 1억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를 이용했으며, 해킹할 때는 국내 공범 사무실 컴퓨터로 원격 접속해 자신들의 아이피(IP)를 숨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또 사이트를 해킹당한 사람이 다시 유사한 도박 홍보사이트를 만들면 디도스 공격으로 해당 사이트 접속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해킹으로 도박 홍보사이트를 빼앗긴 운영자들은 사이트 자체가 불법이라는 약점 때문에 경찰에 제때 신고하지 못했다. 도박 홍보사이트는 광고 배너 게재로 매달 수백만원을 챙길 수 있어서 암암리에 수억원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에 구속된 해커와 지명수배된 국내 사무실 운영자는 범행 수익으로 월세가 400만원인 서울 강남의 고시텔에 살면서 월 렌트비가 120만원인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또 5만원짜리 돈다발 사진이나 돈뭉치가 있는 외제차 내부 사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자랑하기도 했다.
해커 최씨는 모 렌터카 업체 홈페이지를 해킹해 빼낸 고객 정보 3만건을 다른 렌터카 업자에게 넘기고 자신이 타는 외제차 렌트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