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차기 대선 ‘시계제로’…지지율 1위 文 신중론·潘 입지 좁아져
입력 2016-11-14 16:59  | 수정 2016-11-15 17:08

100만 촛불 민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차기 대선이 시계제로 상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여야 대권주자들은 각자 복잡한 셈법을 가지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야권 주자 중 부동의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섣두주자답게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문 전 대표를 향한 다른 야권 주자들의 공세는 격화될 조짐이다. 반면 친박의 유일한 희망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매일경제 레이더P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11월 2주차 주간(11월 7일~11월11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 문재인 전 대표가 21.4%로 반기문 UN사무총장(17.2%)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문 전 대표 지지율은 전주 대비 0.5%포인트 오른 반면, 반 총장 지지율은 0.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쳐 양자간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문 전 대표 지지율은 박 대통령 퇴진 여론이 거세질 수록 상승하는 추세다. 야권에서 장기간 부동의 1위 주자로 자리매김 해 온 문 전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세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로 풀이된다.
1위 굳히기에 들어간 문 전 대표는 요동치는 정국에서 한 발 앞서기 보다는 주변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바판도 직접 ‘탄핵·하야라는 강경발언 보다는 ‘퇴진을 거듭 촉구하는 선에 그쳤다. 박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혼란한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안정적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중도보수까지 끌어안아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문 전 대표로 지지세가 쏠리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나머지 야권 잠룡들은 초조해진 형국이다. 안 전 대표는 14일 박 대통령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 간 양자회동이 성사되자 지난 토요일 모인 촛불 민심이 바라는 게 그것이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날을 세웠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주당이 하나의 기득권이 돼 가고 있다”며 민주당이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은 문재인 전 대표의 어정쩡한 자세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내 최대 세력인 문 전 대표가 입장을 확실히 정하지 않고 좌고우면하고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와 박 시장의 공세는 사실상 향후 대권경쟁이 야권주자 간 경쟁구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적 발언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과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박 대통령을 위시한 친박 세력이 여당 내 권한을 독점하다시피 하다가 일거에 붕괴하면서, 보수진영에선 눈에 띄는 차기 대권후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 하야나 탄핵 등으로 대선시계가 수개월 앞당겨질 경우 대표선수를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여권은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일단 원내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거론된다. 김 전 대표가 여권 대선후보 중에 가장 먼저 ‘박 대통령 탄핵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대통령과의 선긋기를 위한 강수다. 원조 친박이던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찍힌 것이 되레 훈장이 됐다. 다만 둘 모두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도가 약점이다.
지자체 도지사나 재야에 있는 여권 잠룡들은 박 대통령과 별 접점이 없었다는 면에서 되레 자유로운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초기부터 강력히 주장하며 색깔을 내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는 당초 우려를 불식하고 경기도에서 이뤄낸 연정의 협치는 남 지사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군 모병제, 핵 무장론에 이어 사교육폐지 국민투표를 주장하면서 다소 과격하지만 신선한 담론을 제시하는 것도 차기 대권을 노린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가장 점잖게 표현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도 다른 잠룡들과 함께 새누리당 재창당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가장 큰 불의타를 맞은 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당초 반 총장이 새누리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지 않겠냐는 세간의 전망이 많았으나, 그 시나리오는 사실상 파기됐다.
다만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반 총장이 내년 1월 귀국 이후 인상적인 행보를 보일 경우 박 대통령에 실망한 중도보수가 그를 야권의 대항마로 세울 가능성은 살아있다. 반 총장은 재창당 수준의 여당 경선에 참여하거나, 국민의당 등 제3 지대와의 연대, 신당 창설 등의 카드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월 이후에나 귀국해 본격 정치활동을 벌일 반 총장 입장에선 대통령 하야·탄핵으로 대선일정이 앞당겨지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수현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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