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새 총리, 교황처럼 콘클라베로 추천을…靑 마비, 좌시 안돼” 김형오의 쓴소리
입력 2016-11-14 15:27  | 수정 2016-11-15 15:38

차기 국무총리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공직자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갖게 된다.
지금 정국 구도라면 사실상 과도내각 수반의 역할을 맡아 내·외치를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 하야, 탄핵 등 혼재된 주장 속에 여야 합의로 총리를 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요청을 보류해놓은 상태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김병준 후보자는 청문보고서조차 국회에 보내지 못한채 공중에 떠 있는 신세다.

어떤 시나리오로 정국이 전개되든 새 총리 선출은 국회의 몫이다. 하지만 여야는 누구를 후보로 올릴지, 어떤 절차로 새 총리를 정할지 방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치권을 향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모임에 참석해 따끔한 질책을 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가 마비된 상태에서 국회만 남았다”며 국회가 마지막 보루로서 흩어진 민심을 붙잡고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 사태를 내심 즐기는 것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 전 의장은 모든 정당 대표자, 대권 후보자들이 빨리 모여야 한다”며 총리 후보를 한 시간만에 선출하면 좋겠지만 그런 형편이 아니라면 하루이틀 문을 걸어 잠그고 콘클라베처럼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말한 ‘콘클라베란 카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회의를 가리킨다. 이들은 3분의 2가 찬성할 때까지 계속 투표를 진행하고, 마침내 교황이 결정되면 흰 연기를 피워올린다.
합의 정신을 강조하는 방식이지만 국무총리 선출에 도입하기에는 맹점도 있다. 자칫 정치인들만의 밀실 합의로 흐를 수 있다는게 문제다.
이보다는 누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추천했는지 국민들에게 공개한 뒤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훈 중앙대 교수는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 여야 4당이 총리 추천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칸막이 뒤에서 논의할 게 아니라 여론의 반응을 보면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일단 총리의 자격 조건을 만들어가다 보면 인물이 보일 것”이라며 국민 배심원단이 되든 시민 사회단체와 협의하는 방식이 되든 협치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여론 수렴없이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결정할 경우 자칫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게 하는게 원칙”이라면서도 각계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엉뚱한 사람을 뽑으면 국회 해산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누리당의 경우 현재 친박 지도부 대신에 중립적 지도부를 서둘러 세워야 여야간 협치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이번에는 정치권에 한번 협치의 기회를 줘 보자는 견해도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시민단체가 참여하면 관리 과도내각이 아니라 혁명내각이 될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가) 미리 의사결정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사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하되 협상은 여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콘클라베 방식을 시도해보되 비공개가 아닌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시한내 합의가 실패할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복수 후보를 놓고 표결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치권 발(發)로 오르내리는 후보군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나왔다.
장훈 교수는 차기 총리는 관리능력이 있어야 하고, 어느 한쪽 성향으로 빠지면 안된다”며 언론에 나온 인물들 말고 새로운 인물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교수도 (차기 내각은)과도기 정부라는 점에서 잘 관리할 사람을 뽑는 것이 주 목적이 돼야 한다”며 이 기회에 어느 정치세력이 득세하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치권과 언론에서 거론된 인물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종인 의원, 고건 김황식 정운찬 이홍구 전 총리, 박승 전 한은 총재,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권한대행 역할을 한 경험이 있는 고건 전 총리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본인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정치권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1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총리로 추천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나에게는 그럴 일이 없을 테니 그런 상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다들 나를 무서워해서 그런 제안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헌철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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