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투증권, 핀테크은행 강자 `정조준`
입력 2016-11-13 18:42  | 수정 2016-11-13 21:05
금융업계는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과제를 해결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인수기업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과점주주 중심의 이사회가 구성된 뒤 사별 전략에 따라 우리은행 앞날은 물론 은행, 보험, 증권시장 판도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해득실에 따라 과점주주 간 지분 매각·인수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이다. 이들 증권사와 보험사들은 기본적으로 우리은행 지점을 통한 증권·보험상품 판매망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합병 경쟁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던 한투증권은 우리은행 과점주주로서 인터넷은행 등 은행과 핀테크를 결합한 핀테크 은행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지분 54%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전산시스템 구축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데 내년 상반기에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본인가가 떨어지면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한투금융지주가 원하는 핀테크에 강한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출범한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축으로 간편송금, 모바일대출, 보험, 환전서비스 등을 모바일로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으로 은행권 최고의 핀테크 역량을 보이고 있는 만큼 한투증권이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확대에 우리은행 모바일 플랫폼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한투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우리은행을 연결해 국내외를 아우르는 모바일전문은행으로 육성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한투증권이 다른 과점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할 때를 활용해 우리은행 지분율 높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은 사외이사를 추천했을 경우 1년, 비추천 시는 6개월 이후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인 키움증권은 우리은행 점포를 통한 판매 채널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2위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은 10월 말 현재 234개인 우리은행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협력과 방카슈랑스(은행 지점에서 보험 판매) 확대는 물론 핀테크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개인 간 대출(P2P) 업체인 '렌딩클럽' 지분 4.1%를 인수하고 여의도 63빌딩에 핀테크 육성센터를 오픈하는 등 핀테크 부문에서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6월 계열사 한화건설로부터 한화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금융지주사 전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 우리은행 지분 인수도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진단이다. 동양생명을 통해 지분을 사들인 중국 안방그룹은 방카슈랑스 확대와 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향후 국내에서 금융지주사를 설립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IMMVPE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참여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들과 한투, 한화생명, 동양생명 간 지분 매매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준형 기자 /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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