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 100만 인파에 광화문 현장 `압사 위험`
입력 2016-11-12 22:16  | 수정 2016-11-12 22:19
12일 민중총궐기 대회가 절정으로 향했던 오후 8시께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종각역 방면으로 향하는 인도에 사람들이 몰려 ‘만원 지하철’을 연출했다. /사진=서태욱 기자

60평생 살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건 처음 봅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서울 도심에 운집한 12일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 이날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로 사거리 종각역 방면으로 향하는 차로와 인도는 오가는 인파들로 꽉차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민중총궐기 본집회가 시작된 오후 4시 이후부터 서울 시청 앞·광화문 광장에 인파가 지속적으로 몰려들었다. 오후 7시30분 집회 주최측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투쟁본부) 측은 이곳에 100만명 인파가 모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날 서울 도심 한복판은 100만 인파의 위용을 느끼게에 충분했다. 도심 전체가 만원 지하철을 방불케했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광화문 일대는 한 때 안전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위험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특히 집회가 절정에 다다른 오후 8시께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 광화문역 5번 출구 일대는 집회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어와 광장쪽으로 향하면서 일대는 움직일 수 조차 없는 ‘통제불능 상태가 됐다.

세종대로 사거리 일민미술관에서 우정사업본부로 향하는 인도는 ‘지옥과 같은 광경이 연출됐다. 일대를 꽉 채운 사람들 사이로 종각역 방면으로 가려는 인파와 그 반대로 가려는 인파가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하는 공연 행사 소리로 사람들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행사 주최측인 민주노총 관계자로 보이는진행자가 교통정리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 눈에 봐도 이곳 상황은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게 매우 위험해 보였다. 특히 이날 민중총궐기 대회에는 가족 단위 참여자와 유모차 부대, 자녀에게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숨쉬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둘러쌓인 도심 한복판에서 어린 아이들과 여성, 노약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오후 8시 10분께 까악” 소리와 함께 큰 비명소리가 들렸다. 5~6세로 추정되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나온 남성은 꽉 막힌 인파 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아이를 달래면서 제발 길좀 비켜주세요”라며 울먹이며 호소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은 사람들로 둘러 쌓인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난감해하면서 아이좀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수 많은 인파로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속속 나왔다.
오후 8시 30분 서울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내자동 로터리 앞에서 수만명에 달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던 중 19세 남성 1명이 갑자기 쓰러져 쓰러져 119 구급차에 긴급 이송됐다. 이 남성은 호흡곤란과 경련으로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도 1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향했다.
경복궁역 인근 집회 현장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던 의경 1명도 탈진으로 쓰러졌다. 이 의경은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꽉 막힌 집회 현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사람 사이에 끼어서 힘들고 호흡이 잘 되지 않아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며 여기에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우리 국민들이 너무 불쌍하다. 우리가 왜 이렇게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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