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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추위 뚫고 `콜럼버스 악몽` 깼다
입력 2016-11-12 12:22 
멕시코는 추위를 뚫고 미국 원정에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사진(美 콜럼버스)=ⓒ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12일(한국시간) 미국과 멕시코의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라는 도시에서 열렸다. 오하이오주에서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다음 규모의 도시다. 경기가 열린 맵프레스타디움은 미국프로축구(MLS) 콜럼버스 크루의 홈구장으로, 2만 명이 채 안들어가는 작은 경기장이다.
왜 월드컵 최종 예선이, 그것도 최대 흥행 카드인 미국과 멕시코의 대결이 이런 작은 구장에서 열렸을까?
이는 한일월드컵 예선이 열린 200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축구협회와 대표팀 감독이었던 브루스 아레나는 멕시코와의 최종예선 개최지 선정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협회는 흥행 차원에서 멕시코 출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수용 규모가 큰 로스앤젤레스의 메모리얼 콜로세움을 주장했고, 아레나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날씨가 추운 콜럼버스에서 경기를 열 것을 주장했다.
현재 MLS LA갤럭시 단장 겸 감독으로 있는 그는 갤럭시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콜럼버스를 선호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곳이 멕시코 팀이 경기하기에 좋은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기장 선정에 있어 우리가 이점을 얻기를 바랐다"며 당시 이 장소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협회는 월드컵 예선 승리를 위해 흥행을 포기했고, 미국은 2001년 2월 28일 열린 예선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이후 멕시코와의 최종예선 경기는 계속해서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리고 미국이 계속 이겼다. 2005년 9월 3일 열린 독일월드컵 예선, 2009년 2월 11일 열린 남아공월드컵 예선, 2013년 10월 10일 열린 브라질월드컵 예선 모두 미국이 2-0으로 이겼다.
승리가 이어지면서 콜럼버스는 미국 대표팀에게 성지와도 같은 장소가 됐다. 당연히 이번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도 이곳에서 열렸다. 미국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 기온은 화씨 44도(섭씨 6.7도)로 멕시코 선수들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기온이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이를 극복하고 원정에서 귀중한 1승을 따냈다. 1-1로 맞선 후반 44분 주장 라파엘 마르케스의 헤딩슛이 골망을 가르며 최종예선 첫 경기를 기분좋게 출발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10월 멕시코에게 2-3으로 지며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을 내준데 이어 월드컵 예선까지 패하며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레나 전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올해까지 경기가 거기서 열릴 줄은 몰랐다"며 자신이 만든 전통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패배에도 그 전통이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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