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분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을 자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고, 북한도 클린턴보다 트럼프를 선호한다고 시사한 바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10일 트럼프 차기 행정부를 향해 핵보유국 인정을 할 것을 관영매체를 통해 일찌감치 내비쳤다. 일단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모색하는 국면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섣불리 핵실험을 할 경우 모처럼 마련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달 초만 해도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꾸준한 활동이 포착되는 등 미 대선을 앞두고 당장이라도 핵실험에 나설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조용히 지나간 것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자 신중한 행보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시각과 반대로 북한이 미국과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해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핵 보유국임을 각인시키고 북핵문제와 관련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검증된 카드를 다시 꺼낸다는 것이다.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예상되는 시점은 북한 내부적으로 정치적인 행사가 많은 12월이 거론된다. 12월 17일 김정일의 사망 5주기 또는 같은 달 3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 취임 5주년을 전후해 도발을 감행,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내년 1월 8일은 김정은의 33번째 생일이라 이를 앞두고 북한이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북 소식통도 올해 김정일 사망 5주기를 비롯해 내년 김정은의 생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이 잇달아 있다”며 김정은이 자기 가계(김 씨 일가)의 우상화 정점을 찍을 수 있는 해가 바로 내년이라 도발 유인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미국이 바라는 조선(북한) 핵포기는 흘러간 옛 시대의 망상”이라며 미국의 차기 정부를 겨냥한 논평을 게재했다. 논평은 대조선 제재 압살에 광분한 미 집권자들의 가련한 운명은 제재가 얼마나 허황한 것인가를 명확히 실증해주고 있다”며 트럼프의 전임인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통령들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대대로 자신보다 무거운 짐을 후임자에게 물려줬다며 눈덩이처럼 커져온 그 부담이 이제는 미국의 생사존망과 직결되고 있는 것으로 하여 후임자는 더 큰 골머리를 앓게 되였다”고도 했다. 논평은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이른바 ‘북한 핵포기 불가 발언을 한 것은 ‘심중한 충고라며 미국 정책 작성자들이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트럼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미국 차기 행정부를 향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시점에 맞춰 ‘선택을 달리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보내기도 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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