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통령이 공사구분 못했다"호텔방 업그레이드하다 사퇴한 대통령
입력 2016-11-10 09:29  | 수정 2016-11-11 09:38

국정농단을 빚은 최순실·차은택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호텔방 업그레이드 수준의 특혜를 받아 사임한 독일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의 사례가 누리꾼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불프 전 대통령은 지인들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으며 대통령 직위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2년 2월 사퇴했다.
불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몇 주간의 상황은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영원히 훼손됐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도 실수를 했지만 언제나 진실 되게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의 사의 표명은 독일 검찰이 전날 대통령의 면책권을 박탈해 줄 것으로 의회에 요구한 뒤 하루 만에 단행됐다. 독일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 면책권 철회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었다.

불프 전 대통령은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인 2008년 주택 구매를 위해 특혜성 저리의 사채를 쓴 것이 알려지면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기업가 친구에게 50만 유로(약 6억 2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빌렸고, 2년 뒤에 전부 상황했다. 그러나 은행 이자보다 1%p 싸게 빌렸다는 사실을 언론이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독일 언론들은 이후 불프 대통령의 특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불프 전 대통령의 가족은 2008년 뮌헨 옥토버페스트에서 한 영화 제작사가 호텔 및 유흥비로 대신 내줬다는 720유로(90만원)가 문제가 됐고, 아내 차 리스비를 0.5%p 싸게 낸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 불프 전 대통령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딜러가 그의 아들에게 5유로(약 6000원) 장난감을 선물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러한 특혜에 대해 불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한다면 ‘공사를 구분 못 한 무능력이라는 논쟁을 떠나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불프 대통령의 각종 특혜 의혹이 공개된 후 독일 국민 중 85% 이상이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고, 불프는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대통령 측근들의 특혜와 비리가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각에 따라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불프 전 대통령의 특혜와 사퇴 사례가 현재 상황과 맞물려 화제가 됐다.
[디지털뉴스국 한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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