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동맹 위기…방위비 증액론·핵무장론 점화 가능성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9일 당선됨에 따라 한미 양국 군사관계도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가 지론대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에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한미동맹이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주한미군 인건비의 50%를 부담한다는 지적에 대해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하며 방위비 전액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올해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올해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천441억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3천630억원이고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각각 4천220억원, 1천591억원입니다.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작년(9천320억원)보다 1.3% 늘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내는 방위비 분담금은 2005년만 해도 6천804억원이었지만, 꾸준히 늘어 1조원대를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 것은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은 1990년까지만 해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액 부담했지만, 1991년부터 2∼5년 주기로 한국과 특별조치협정(SMA)을 맺는 방식으로 우리 정부가 방위비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2014년 체결한 제9차 SMA는 기준액을 9천200억원으로 잡고 해마다 전전(前前) 연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인상률을 결정하되 4%를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제9차 SMA의 유효기간은 5년이며 한미 양국은 마지막 해인 2018년에 협상을 거쳐 새로운 SMA를 체결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기존 협정을 준수한다면, 그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제10차 SMA 체결 협상에서 봇물 터지듯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에 1조원이 훌쩍 넘는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 기간 내놓은 다소 과격한 주장을 고려하면 2조원, 3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우리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이는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펼친 주장대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 들고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미감정에 불이 붙을 경우 한미동맹이 근본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증대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큽니다.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자체 핵무장으로 남북한 사이에 '공포의 균형'을 만드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입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확장억제 공약을 거듭 확인하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에도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은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자체 핵무장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진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북한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의 동의 아래 핵무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안보를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존 안보정책에서 벗어나 독자적 핵보유를 통해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면서 부족한 부분은 미국에 의존하는 보다 균형적인 동맹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본이 먼저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견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미국이 대통령 교체만으로 과거와는 180도 다른 한반도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다소 과격한 주장을 내놓았지만, 일단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면 한반도 정책의 연속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미국 의회, 언론, 시민사회 등이 이루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에서 세계전략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국가로, 의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지도층을 설득하며 국익을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9일 당선됨에 따라 한미 양국 군사관계도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가 지론대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에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한미동맹이 근본적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CNN 방송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주한미군 인건비의 50%를 부담한다는 지적에 대해 "100% 부담은 왜 안되냐"고 반문하며 방위비 전액 부담을 요구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올해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올해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천441억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인건비는 3천630억원이고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각각 4천220억원, 1천591억원입니다.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은 작년(9천320억원)보다 1.3% 늘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내는 방위비 분담금은 2005년만 해도 6천804억원이었지만, 꾸준히 늘어 1조원대를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내는 것은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은 1990년까지만 해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액 부담했지만, 1991년부터 2∼5년 주기로 한국과 특별조치협정(SMA)을 맺는 방식으로 우리 정부가 방위비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2014년 체결한 제9차 SMA는 기준액을 9천200억원으로 잡고 해마다 전전(前前) 연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인상률을 결정하되 4%를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제9차 SMA의 유효기간은 5년이며 한미 양국은 마지막 해인 2018년에 협상을 거쳐 새로운 SMA를 체결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기존 협정을 준수한다면, 그가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제10차 SMA 체결 협상에서 봇물 터지듯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에 1조원이 훌쩍 넘는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 기간 내놓은 다소 과격한 주장을 고려하면 2조원, 3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급격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우리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이는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펼친 주장대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 들고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미감정에 불이 붙을 경우 한미동맹이 근본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증대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자체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큽니다.
미국이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우면 자체 핵무장으로 남북한 사이에 '공포의 균형'을 만드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입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확장억제 공약을 거듭 확인하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에도 이런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은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자체 핵무장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진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북한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의 동의 아래 핵무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안보를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존 안보정책에서 벗어나 독자적 핵보유를 통해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면서 부족한 부분은 미국에 의존하는 보다 균형적인 동맹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본이 먼저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견고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미국이 대통령 교체만으로 과거와는 180도 다른 한반도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다소 과격한 주장을 내놓았지만, 일단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면 한반도 정책의 연속성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미국 의회, 언론, 시민사회 등이 이루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에서 세계전략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국가로, 의회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를 비롯한 미국 지도층을 설득하며 국익을 관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