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연가시'를 준비할 때 원전 정보를 접했는데 괜찮은 소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즈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는데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면 이웃 나라에서 벌어졌으면 뭔가 조처하고 점검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원전을 더 많이 짓고 외국에 수출하고 발전 산업으로 키워나가려고 하더라.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박정우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이 영화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판도라'는 국내 최초 원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렸다. 최근 경주 강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흥미롭지만 예언 작품이 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현재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는 등 우리나라의 현실과 마주한 면도 있다.
특히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위험한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고 대통령 역의 김명민 배우가 포기한 듯한 발언을 하는 게 현 시국 상황과 비슷했다.
박정우 감독은 "4년 전 쓴 시나리오인데 지진은 물론 지금 벌어진 것들이 맞닿아 있어서 이걸 뭐라고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깜짝 놀랐다"며 "우리나라 영화에서 대통령을 표현하기는 힘들다. 웬만하면 등장시키지 않은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멋지게 그리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리면 짜증이 나는 인물이 된다.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두고는 기본 심성은 국민을 걱정하고 인간적으로 그렸다. 의욕적이기도 한데 주변에 있는 시스템 등이 대통령을 따돌리거나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대통령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찌 됐든 대통령을 그리기는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우들은 이 영화가 투자를 받고 개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토로했다.
극 중 발전소장 역을 맡은 정진영은 "이영화에 출연했다고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며 "창작자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를 떠올려야 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표현의 자유는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아는 판도라 상자 이야기 안에는 희망이 있다"며 "희망이 있기에 이 세상이 굴러가는 것 같이 이 영화에서는 무서운 세상을 그렸지만 그 안에서도 살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강신일과 김대명, 문정희는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달고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신일은 "2년 전 연극을 하면서 마주한 세월호 참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픈 사건"이라며 "세월호 리본은 나이든 사람으로서 조금 더 건전하고 온전한 사회를 형성하고 구축하는 데 게을렀고 무책임했다는 표시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사람이 반성하는 의미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도라'는 4년여가 걸렸다. 초고 작업에만 1년이, 촬영하는 데 1년6개월, 후반작업에도 1년 이상이 걸렸다. 박 감독은 "외압을 받아서 작업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사실 그런 건 아니다"라며 "작업이 오래 걸렸다. 장소도 협찬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거대한 시설들을 짓고 CG 도움받아 구현해야 했기에 작업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해결책과 희망이라는 탈출구 없었다면 관객을 겁주기 위한 상업적인 영화였을 것"이라며 "판단하기에 지금은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원전이 사고 나면 다음 수습 오래 걸린다고 하니 사고가 나는 걸 막는 게 최선이다. 관객이 지금보다 조금 더 원자력 현실에 관심을 둔다면 조금은 더 안전한 세상 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김남길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재난에 맞서는 평범한 동네 청년인 발전소 인부 재혁을 연기했다. 문정희는 김남길의 형수 역할로 박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췄다. 김대명, 유승목, 이경영, 신예 김주현 등이 참여했다. 12월 개봉 예정이다.
'판도라'는 또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내년 전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연가시'를 준비할 때 원전 정보를 접했는데 괜찮은 소재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 즈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는데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라면 이웃 나라에서 벌어졌으면 뭔가 조처하고 점검해야 하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원전을 더 많이 짓고 외국에 수출하고 발전 산업으로 키워나가려고 하더라.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박정우 감독이 9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이 영화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판도라'는 국내 최초 원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렸다. 최근 경주 강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흥미롭지만 예언 작품이 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현재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는 등 우리나라의 현실과 마주한 면도 있다.
특히 이날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위험한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고 대통령 역의 김명민 배우가 포기한 듯한 발언을 하는 게 현 시국 상황과 비슷했다.
박정우 감독은 "4년 전 쓴 시나리오인데 지진은 물론 지금 벌어진 것들이 맞닿아 있어서 이걸 뭐라고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깜짝 놀랐다"며 "우리나라 영화에서 대통령을 표현하기는 힘들다. 웬만하면 등장시키지 않은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멋지게 그리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리면 짜증이 나는 인물이 된다.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두고는 기본 심성은 국민을 걱정하고 인간적으로 그렸다. 의욕적이기도 한데 주변에 있는 시스템 등이 대통령을 따돌리거나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대통령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어찌 됐든 대통령을 그리기는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우들은 이 영화가 투자를 받고 개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토로했다.
극 중 발전소장 역을 맡은 정진영은 "이영화에 출연했다고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며 "창작자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를 떠올려야 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표현의 자유는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아는 판도라 상자 이야기 안에는 희망이 있다"며 "희망이 있기에 이 세상이 굴러가는 것 같이 이 영화에서는 무서운 세상을 그렸지만 그 안에서도 살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강신일과 김대명, 문정희는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달고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신일은 "2년 전 연극을 하면서 마주한 세월호 참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픈 사건"이라며 "세월호 리본은 나이든 사람으로서 조금 더 건전하고 온전한 사회를 형성하고 구축하는 데 게을렀고 무책임했다는 표시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사람이 반성하는 의미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도라'는 4년여가 걸렸다. 초고 작업에만 1년이, 촬영하는 데 1년6개월, 후반작업에도 1년 이상이 걸렸다. 박 감독은 "외압을 받아서 작업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사실 그런 건 아니다"라며 "작업이 오래 걸렸다. 장소도 협찬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거대한 시설들을 짓고 CG 도움받아 구현해야 했기에 작업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해결책과 희망이라는 탈출구 없었다면 관객을 겁주기 위한 상업적인 영화였을 것"이라며 "판단하기에 지금은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원전이 사고 나면 다음 수습 오래 걸린다고 하니 사고가 나는 걸 막는 게 최선이다. 관객이 지금보다 조금 더 원자력 현실에 관심을 둔다면 조금은 더 안전한 세상 되지 않을까"라고 짚었다.
김남길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재난에 맞서는 평범한 동네 청년인 발전소 인부 재혁을 연기했다. 문정희는 김남길의 형수 역할로 박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췄다. 김대명, 유승목, 이경영, 신예 김주현 등이 참여했다. 12월 개봉 예정이다.
'판도라'는 또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내년 전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