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개인큰손들 돈모아 홈플러스 주인된다
입력 2016-11-08 17:34  | 수정 2016-11-08 19:40
사모펀드 전성시대…설정액, 공모펀드 추월
# 서울 강남에 사는 수백억 원대 자산가 A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 직원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여러 명의 자산가가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은 물론이고 추후 매각 시 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A씨는 그 자리에서 2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돈이 되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을 발굴하는 데 촉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고액 자산가들이 약 900억원대 규모의 경기도 평촌신도시에 위치한 홈플러스를 매입한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최근 알파에셋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놓은 홈플러스 평촌점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전체 매입가는 900억원대 중반에 달한다. 이를 매입하기 위해 베스타스자산운용은 고액 자산가들과 손잡고 사모형 부동산 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전체 매입가 중 약 300억원을 고액 자산가로부터 모집하고 나머지 잔금을 금융권 대출로 조달하겠다는 복안이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사모형 부동산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주 강남 일대 은행과 증권사 PB센터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부동산 펀드를 고객에게 소개한 PB센터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많은 자산가가 사모 형태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큰 관심을 보인다"면서 "수억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들 PB센터는 이번 사모형 부동산 펀드를 이달 중순부터 올해 말까지 판매할 예정이다. 사모펀드 투자자 수가 49명으로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약 6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특성상 주식보다 안전하고 채권보다 기대수익이 높아 개인 투자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이 사모형 부동산 펀드를 결성해 일정 규모가 되는 대형마트를 통으로 사들인 사례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홈플러스 평촌점은 기존에 있던 상가를 연면적 2만8582㎡에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리모델링한 뒤 2008년 처음 문을 열었다. 지하철 4호선 범계역과 가깝고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어 개점 이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12년간 홈플러스가 장기 임대하는 조건으로 연간 기대수익률은 5~6% 수준이다.
이 같은 고액 자산가들의 호응에 힘입어 국내 사모펀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은 243조원으로 공모펀드 설정액 231조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모펀드 설정액이 공모펀드(230조원)보다 18% 적은 194조원에 불과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사모펀드 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사모펀드 수익률은 국내 주식·채권·부동산 등에서 공모펀드를 압도했다. 특히 부동산은 수익률 차이가 무려 6%포인트에 달했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시장 참여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사모펀드 판매 잔액 기준 개인투자자 비중은 6.3%를 기록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비교적 수익성이 나은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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