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소나기 피하자" 증시 맴도는 초단기 자금
입력 2016-11-07 17:33  | 수정 2016-11-07 19:27
증권시장 내 자금이 단기 상품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혼란과 함께 미국 대선 결과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 방향을 잃은 자금이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된 지난달 말께를 기점으로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되는 자금은 일평균 5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MMF 설정액은 총 122조8000억원으로 한 달 전인 10월 4일의 108조1300억원보다 13.6% 증가했다. 무엇보다 비선실세의 국정 개입 파문이 커진 10월 24일을 기점으로 MMF에 유입된 자금은 한 달 만에 5조원 가까이 늘어난 11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던 MMF 자금 규모는 이달 들어 연중 최고점인 130조원을 돌파할 분위기다. 지난 2일에는 하루 만에 5조4000억원이 MMF에 유입됐으며 이어 3일에도 3조6000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사흘 동안 MMF에는 10조원 가까운 9조7000억원이 유입됐다.
MMF는 주로 만기가 6개월 이내인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만기 1년 이내의 우량채권 등 단기 상품에 투자해 생기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초단기 상품이다. 대개 투자자들은 MMF에 돈을 넣어두고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공모주 상장이 있을 때만 간간이 청약에 참여해 초과 수익을 노린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시중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 예금이 7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 통화정책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주식형 펀드와 증권사 고객 예탁금에서 빠져나간 돈이 안전한 은행 예금으로 몰려간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에는 상승장에서 주식형 펀드 환매가 대거 몰려들면서 5조2000억원이 빠져나왔다. 주식형 펀드와 채권혼합형 펀드 잔액이 7조원가량 크게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 고객 예탁금도 3개월간 약 2조원이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공모주 대어가 나오면서 증시 주변 자금도 늘고 있다. 고객 예탁금뿐만 아니라 신용융자나 환매조건부채권(RP)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워낙 안 좋은 상황이다. 그나마 좋았던 채권 쪽 펀드 수익률마저 떨어졌기 때문에 자금이 MMF나 공모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시중에 유동성은 넘치지만 시중금리는 낮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에도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금이 초단기화하면서 MMF, 공모주 등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사 PB들은 이번주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일부 자산가의 경우 최근 낙폭 과대 종목 위주로 주식 비중을 높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PB(상무)는 "자산가들이 아예 투자를 닫은 건 아니고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면서 "평상시 눈여겨본 우량 종목이 매력적인 가격에 근접하면 분할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는 만큼 연말까지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여의도본점 영업부 PB팀장은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그동안 떨어졌던 주가는 소폭 반등하겠지만 국내 정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단기적이고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최재원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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