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톨릭 원로석학의 일갈 “대통령 2선 후퇴하고 직무서 손떼야”
입력 2016-11-07 15:26 
정의채 몬시뇰 [한주형 기자]

퇴행(退行)적이다.”
2년 전, 그러니까 취임 1년째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가 내린 평가였다. 불행하게도 이 말은 기우로 그친 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는 말이 됐다. 이 발언의 주인공인 가톨릭 최고 원로 석학 정의채 몬시뇰(명예 고위 성직자·92)을 최근 강남 선릉로 서울대교구 사제관에서 만났다. 혼돈의 시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묻기 위해서다. 대통령 직속 국민원로회의 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역대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이 시대 원로 중에 원로. 작은 체구에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한 정 몬시뇰은 실망이 컸지만 놀라지는 않았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 2년 전 퇴행적”이라는 평가가 현실화됐습니다.
▶퇴행적”이라는 말은 당시 정책을 포함해 넓은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지요. 그것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실화된 것이 우리의 실정입니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착하다 해도 직무상 무능하거나 대통령의 권한을 지난날의 개인적 도움의 대가로 남용한 것은 큰 잘못입니다. 이런 가능성을 내다보며 퇴행적”이란 표현을 쓴 것이지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잘못할 줄은 생각을 못했지요.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던 시절을 길게 살았으니까 여러 가지를 보고 들은 것도 있고, 국회의원으로 경험한 것도 있고….
- 한국 사회는 이제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가 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신뢰 사회로 가느냐는 전적으로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어요. 최순실 사태는 순리대로 풀어야합니다. 복잡하지만, 핵심은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입니다.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이런 문제가 일어났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런 것을 토대로 흐트려놓고 망가뜨린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정부 해당 부처가 대통령 감싸기로 어물쩍 넘어가다가는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어요. 신상필벌의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합니다. 대통령도 죄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과 처벌을 받아야 하지요.
-대통령 하야·탄핵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직무에서는 손을 떼야 합니다. 당장 하야(下野)하는 것이 상책이나 헌법에 보장된 임기는 총리나 여타 인물에게 맡기고 제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하야시킬것이냐 존속시킬 것이냐는 법률적인, 헌법의 문제입니다.
-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은.
▶한국사에 그간 놀랄 일이 얼마나 많았나요. 4.19혁명과 이승만 하야, 군사혁명, 10.26…. 이승만 하야 때는 쫓겨나면서도 끝을 잘 맺었어요. 끝까지 북진통일을 주장해, 추방당하면서도 미군을 잡아놓고 갔죠. 무슨 일이든 나쁜 일에는 좋은 것도 나타나요. 밤이 깊어지면 사람과 만물을 일깨우는 새벽빛이 떠오르는 법입니다. 지금 우리가 불행하더라도 1년 4개월은 마무리하기에 좋은 기간입니다. 우리는 곤경 속에서도 전화위복을 맞이한 저력 있는 국민입니다.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그것도 반쪽 남한이 50년이란 단 시간에 세계 경제 10대국을 넘보는 나라가 됐습니다. 참 신기한 민족입니다.
■ He is…
△1925년 평북 정주 출생 △1952년 가톨릭대 졸업 △1953 사제 수품 △1961년 로마 우르바노대 철학박사 △가톨릭대 철학교수(1961~1985) △서강대 철학교수(1985~1988) △가톨릭대 총장(1988-1991) △2005년 교황 몬시뇰(명예고위성직자) 서임 △ 대통령 국민원로회의 위원(2009-2010)
[이향휘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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