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토요 FOCUS] 빚내서 집사기 어려워졌다고? 주택담보대출 오해와 진실
입력 2016-11-04 16:04  | 수정 2016-11-04 21:00
요즘 무주택자 직장인 김경진 씨(39·가명)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일본 작가 기시미 이치로의 책 제목이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다. '이제는 집을 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만 10년째 하고 있는데 김씨가 세 들어 사는 서울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은 2년간 무려 2억5000만원 폭등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김씨는 일을 벌이기로 했다.
기존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일대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을 노려보기로 한 것. 하지만 문제는 빠듯한 주머니 사정이다. 대출을 끼지 않고서 주택 구입은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런데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부채 부담 때문에 정부가 주택대출 총량 조절에 나서면서 정책성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생각이 많은 김씨가 주택담보대출의 모든 것에 관해 캐묻기 위해 손아래 이웃 주민인 기자를 찾아왔다. 김씨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 대출을 옥죈다고 난리던데 이제 주택담보대출 힘들어지는 거야?
▶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 같은 정책금융상품 한도가 소진되면서 대출 자격요건이 강화되고 금액도 축소된 게 사실이에요. 원래 주택가격 9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던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3억원까지밖에 대출이 안 되고, 디딤돌대출도 우대금리가 축소됩니다. 그나마 적격대출은 집값 기준 9억원, 대출금액 5억원까지는 가능해요. 그런데 금리가 연 3%를 훌쩍 넘으니 상환 능력을 잘 봐야겠죠. 그리고 실수요자들이 일반 주택을 구입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많아요. 다만 금리가 예년보다 많이 올랐어요. 한동안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 같네요.
― 그렇다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좋을 것 같은데, 적격대출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거지?
▶ 적격대출은 대출받는 전체 기간에 똑같은 금리가 유지되고요. 시중은행 고정금리 대출은 3년이나 5년이 지나면 6개월이나 5년 단위 변동금리로 바뀌어요. 변동금리 대출은 통상 6개월, 은행 상품에 따라 3개월, 1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고요. 정부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올 초까지는 고정금리 상품이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낮았는데, 요즘 일부 은행은 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낮아졌어요. 3일 현재 씨티은행의 고정금리 상품 최저금리가 연 2.67%인 반면 변동금리(6개월 단위 변동) 상품 최저금리는 2.26%예요.
― 시중은행 상품은 완전한 고정금리가 아닌데. 당장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버릴까 걱정되는데.
▶ 중도상환수수료를 많이 부담해야 하니까 상환수수료 부담이 사라지는 3년까지는 참으시고요. 이후에 인지세 7만5000원을 내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돼요.
― 문제는 금액인데, 집값의 70%까지 대출된다고 해서 은행에 가봤더니 3400만원을 '방(房) 공제'한다던데 무슨 말이야. 난 내가 들어가서 살 건데.
▶ 집에 누가 세 들었다고 가정하고 만에 하나 대출을 못 갚으면 적어도 그 세입자는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서울 기준 3400만원을 빼는 건데요. 모기지신용보험(MCI)에 가입하고 일정액의 보증수수료를 내면 3400만원의 방 공제 차감을 피할 수 있어요. 서울보증보험이라는 회사에서 대출 미상환 위험을 떠안아주고 은행에 수수료를 받는데요.
― 7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하면 0.7을 곱해서 4억9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거야?
▶ 꼭 그렇진 않고요. KB국민은행이나 한국감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아파트 시세를 조회하면 '일반 평균가'라고 있어요. 없으면 상위 평균가와 하위 평균가를 합쳐 평균을 내면 그게 일반 평균가예요. 일반 평균가랑 실제 계약한 매매가 중 낮은 금액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따집니다. 1층이면 하위 평균가로 하니까 더 낮아져요.
― 아내가 40평대로 가자는데 돈이 부족해서 집값 대비 70% 이상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 현대해상화재보험이나 흥국생명 같은 보험사 상당수는 80%까지 대출을 해줘요. 보험사는 넉넉하게 해주는 대신에 금리가 일반 은행보다 1%포인트 정도 높다고 보면 됩니다.
―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LTV 70% 초과 상품은 없나?
▶ 예년엔 많았는데 지금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네요.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은 75%까지 해주고요. 다만 조건이 단독주택 등이 아니라 아파트여야 하고 신규 구입 기준, 또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5% 이내에 들어야 한대요.

― DTI는 60%라던데. DTI는 어떻게 계산하지?
▶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지난해 기준 원천징수영수증상 세전 소득금액으로 나누면 됩니다. 은행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상 대출계산기로 연 원리금상환액을 계산하면 됩니다.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연 원리금상환액에 다른 신용대출이 있다면 신용대출 이자를 더해야 해요.
― 기간을 좀 짧게 잡으면 DTI가 높아지겠네. 빨리 갚으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잖아.
▶ 그건 맞아요. 부부 소득을 합치는 방법도 있고요. 은행에 가서 '부부 합산 DTI'로 해달라고 하세요. 그럼 소득이 늘어나니까. 참고로 어렵지 않게 DTI 한도를 70%까지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먼저 대출 직후 거치 없이, 혹은 거치기간을 1년 이하로 잡고 원금을 갚아 나가겠다고 하면 DTI가 60%에서 5%포인트 늘어난 65%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대출 기간에 같은 금리가 지속되는 적격대출 기본형(완전고정금리)으로 하면 여기서 DTI가 5%포인트 더 올라가서 70%가 됩니다.
― 대출 기간을 길게 잡으면 DTI가 줄어들기는 하는데. 근데 30년짜리 담보대출이면 칠순 때까지 갚아야 하는데.
▶ 일단 원리금을 갚을 수 있게 상환기간을 길게 잡고 이번에 승진해서 연봉이 오르면 약정한 상환금액보다 추가로 미리 갚아버려도 됩니다. 20~30% 정도는 미리 갚아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은행이 많아요.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완전히 없어집니다. 그래도 대출금을 못 갚으면 주택연금으로 전환한 뒤 미상환 대출금을 갚고 나머지는 연금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 은퇴하고 연금을 받고 있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연금도 줄어드는 건가?
▶ 그렇지는 않아요. 오래오래 살아 담보로 잡은 가액보다 받는 연금이 초과돼도 계속 받을 수 있어요. 반대의 경우, 담보잔존가치가 남으면 자식들에게 주택연금이 상속됩니다.
― 이렇게 좋은 건데 주변에 주택연금을 가입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던데.
▶ 주택연금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상속가치가 줄어들까봐 싫어하는 자녀들도 있어요. 그래도 이제는 장수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 자녀들도 부모 노후생활비 부담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걸 조만간 알게 될 거예요.
― 계약금도 주고 해야 하는데 당장 갖고 있는 돈이 없어서….
▶ 직장에 다니니까 신용대출을 받으세요. 은행에 따라 연봉의 1.2배에서 많게는 1.8배까지 해주는 곳이 있어요. 나중에 입주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남은 금액으로 갚을 수 있으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마이너스통장 형식으로 대출을 받으면 됩니다. 그럴 수 없으면 1년 만기 일시상환방식이나 최대 5년 분할상환방식으로 대출을 받으세요. 중도상환수수료가 있지만 금리가 마이너스통장보다 통상 0.4~0.5%포인트 정도 낮아요.
[정석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