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최대 8조…국민연금 추가 주식투자 추진
입력 2016-11-03 18:00  | 수정 2016-11-04 10:13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연말 국내 주식시장에 최대 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집행 검토에 착수했다. 다음주 미국 대선에서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국 혼란이 커지면서 코스피가 최근 2000선마저 붕괴된 데 따른 조치다.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으로선 국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시장 조정을 저가 매수를 통해 연금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3일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 "이론적으로 연말까지 국내 주식에 최대 108조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면서 "전술적 차원에서 최근 시장 상황과 자금 수급을 두루 감안해 투자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우선 다음주까지 새로운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이달 중 1조원 규모 자금을 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 비중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6월 확정한 '2016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서 2016년 말 기준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20%로 결정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543조원으로 이 가운데 20%인 108조6000억원까지 국내 주식에 투자가 가능하다. 10월 말까지 실제 투자금액은 100조원 규모로 아직 8조원가량 추가 자금 집행 여력이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추가 자금 집행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외국인이 빠진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당장 집행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투자 확대를 검토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 들어 3일 장 마감 기준 1668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월평균 1조원씩 누적 10조원 이상 국내 주식을 사들이면서 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뭇 달라진 모양새다. 외국인은 특히 현물시장보다도 선물시장에서 최근 3거래일 동안 2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어 수급 측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에서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대규모 자금 집행 검토는 꼬인 수급을 풀 수 있는 단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국내 주식시장이 빠지는 것은 사실 외국인보다는 개인들의 투매 때문"이라면서 "연기금의 자금 집행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상징적인 측면에서 일반 개인들의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11일 △중소형주 △가치주 △액티브퀀트 등 3가지 유형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이달 중 1조원 규모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국민연금이 최대 8조원 규모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확정된 1조원 규모 위탁운용 자금 집행과 달리 몇 배나 더 큰 규모의 자금 집행이 결정되면 시장 수급에 보다 확실한 지지대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결정돼 있는 자산배분 목표 비중에서 실제 투자금액은 2~3% 정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내 추가 집행 가능한 8조원 규모 자금은 올해 실제 집행 규모를 뛰어넘는다. 국민연금이 올 들어 투자한 주식투자 규모는 약 5조원. 올해 국내 주식투자 잔액은 최대 108조원까지 가능하다. 여기서 3% 정도를 빼면 실제 105조원까지는 늘릴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해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윤지호 센터장은 "외국인들의 최근 매도세가 현물보다는 선물에서 크게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당장 자금이 빠져나간다기보다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험관리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머지않아 다시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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