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임종룡發 모피아 인사태풍 분다
입력 2016-11-03 16:45  | 수정 2016-11-03 18:06
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갑작스럽게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후임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장차관은 물론이고 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자산관리공사(캠코), 수출입은행 등 주요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선이 줄줄이 재검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권 후반기 금융분야 주요 관료나 기관장 인선은 민간 인사보다는 실무형 관료, 특히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모피아(금융관료)를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른바 ‘임종룡발(發) 모피아(금융관료)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먼저 임종룡 내정자의 후임 금융위원장으로는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행정고시 28회)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28회)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동안 관례대로 하면 기획재정부 1차관이나 국무조정실장이 금융위원장을 맡아 왔다.
임 위원장 임기만료 시기는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2018년 3월이었는데 임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경제부총리 내정이라는 첫번째 변수가 작용했다. 임 내정자가 경제팀 전반의 강력한 팀웍을 강조하고 있다는 두번째 변수가 가세하면서 그동안 임 위원장과 호흡을 맞춰온 정 부위원장과 진 원장이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29회) 역시 유력한 금융위원장 후보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26회) 역시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올랐지만 총리 교체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무총리의 2인자 격인 국무조정실장을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관가의 중론이다.
금융 공기업 중 최대 변수는 오는 12월 예정된 기업은행장 인선이다. 조준희 전 행장(현 YTN 사장)과 권선주 현 행장 등 내부 출신이 잇따라 은행장을 맡은 만큼 다음 행장은 관료 출신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기업은행장 후보로는 최상목 1차관과 함께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린다. 기업은행은 지배구조와 출자 등 내부숙원 해결을 위해 최상목 차관 영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이 금융위원장으로 갈 경우 고시 선배인 정 부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이나 기업은행장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거론됐던 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의 기업은행장 임명설은 금융권 반발과 함께 최근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홍영만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자산관리공사와 유재훈 사장이 퇴임한 한국예탁결제원의 후속 인사에도 모피아 관료출신이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술보증기금(이사장 김한철)과 수출입은행(행장 이덕훈)도 내년초 CEO 임기가 만료돼 역시 관료 출신들을 중심으로 자천타천으로 후보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차관급 모피아 인사들의 연쇄 이동 퍼즐이 어떻게 맞춰지느냐에 따라 김철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유광열 금융정보분석원장(각각 29회),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30회),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31회), 손병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33회) 등 1급(고위공무원 가급) 관료들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1차관 후임은 김철주 비서관이, 김 비서관 자리에 이찬우 차관보, 이 차관보 자리에 이호승 경제정책국장(32회)이 연쇄 이동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다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고위관료 모두 두 부처간 인사교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실장•국장급 수준에서 인사교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32회)는 신임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28회) 역시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유력 후보다. 다만 이 상임위원과 문 사장의 실제 임명은 장•차관급 인선까지 상당 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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