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법 위반으로 처벌될까 두려워하다보니 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움츠러든 것 같다. (김영란법은)정을 나누는 보통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시행 두달째에 접어든 ‘청탁방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한 김영란 대법관이 법 시행 한 달을 평가하며 애초 취지와 달리 지나치게 움츠러든 사회분위기에 우려를 표했다.
3일 김 전 대법관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 법 위반으로 처벌될까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있는 것 같다”며 공직자가 아닌 사람 간의 간단한 접대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며 공직자만 공짜 접대받는 것을 주의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등을 제외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의 답례가 금지되지 않고, 자신의 몫을 부담하기만 한다면 공직자 등이 참석하는 모임에 함께하는 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공직자들이 모임 일원이나 모임 자체를 안 해버리는 풍토가 생겨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또 김 전 대법관은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부패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국민들의 기대감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이 법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부패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분들이 많지만, 이 법은 과도한 금품 수수를 거절하고 신고하게 하는 법”이라며 이 법만으로는 거대한 부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청탁방지법은 어디까지나 금품 등을 수수하는 공직자 등을 ‘규제하는 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종전에는 거절하는 법을 몰라 원하지 않음에도 거절을 못하는 바람에 부패의 구덩이 속으로 빠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김영란법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법 준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법의 해석상 모호한 게 있다면 한계를 명확히 그어주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며 변화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움츠린 채 가만히 있다가 슬며시 종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린다면 법을 지지하고 실천해주는 많은 분에게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법관은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 중 하나로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드는 선거 풍토를 지적했다. 그는 선출직 공무원을 도운 사람들이 자신이 투자한 이상으로 보상받기 위해 사회 여기저기를 들쑤시는 게 용인되는 정치구조라면 거대한 부패가 없어질 수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정치인도 동참하는 해법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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