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치 리더십 부재에 흔들리는 한국증시
입력 2016-11-01 17:35  | 수정 2016-11-01 19:59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과 미국 대선후보 간 초접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국내외 '정치 리더십 리스크'가 불거지자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1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를 견디지 못하고 50일 만에 장중 2000선이 붕괴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증거가 드러난 지난달 24일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소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은 일주일 만에 25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을 주도할 만한 대표주가 부재한 가운데 정치 테마주라는 '파리'만 날리는 증시 상황에 금융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치 불확실성에 미국 금리 인상 예고, 유가 하락 등 악재로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1980선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내놓는다. 일부에선 더 이상의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우량한 중국 제조업 지표가 나와 증시가 상승 반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80포인트(0.04%) 내린 2007.39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1.70포인트(0.27%) 오른 626.38로 마감했다.
업종별로 보험·유통·운수장비 등이 1% 넘게 내렸다. 최근 많이 하락했던 의약품 관련 기업 주가는 이날 상승(0.91%)했다.

이날 거래소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41억원, 67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921억원을 순매도했다. 거래량은 3억1700만주 수준으로 적은 편이었다.
장 흐름을 좌우한 것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7000계약이 넘는 코스피200 선물 매도가 나오면서 코스피는 한때 1990선까지 후퇴했다. 장중에 2000선이 무너진 것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가 터진 지난 9월 12일 이후 50일 만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팀장은 "미국 대선과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여파로 힐러리와 도널드 트럼프 간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으로 들어가는 등 정치 불확실성 변수가 주된 원인"이라며 "일본·영국의 통화정책 변화까지 나오면 그동안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코스피 1980선에 대한 테스트가 이번주에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날 국제 유가 급락(-3.78%)에다 미국·일본·영국의 통화정책 변수도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또 정치 테마주만 날뛰는 증시 상황도 건전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강전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장은 "정치 테마주에 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고발·통보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협조해 정치 테마주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해선 시장감시위원장은 "테마주의 주도 세력을 확인해 혐의를 적용하는 현재 접근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테마주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1일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고려산업으로 일주일 새 무려 112.3% 올랐다.
한편 반도체 D램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25%나 급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랜만에 함께 웃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이 두 회사의 합계 점유율은 74%에 달한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 대비 각각 0.79%, 2.44% 상승했다.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는 중국 산업 지표가 높게 나온 것은 향후 증시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정부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지난달(50.4)보다 상승한 51.2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2년3개월 만에 최고치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0.3)보다 높았다.
[문일호 기자 /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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